국제
'시위 진압에 군 동원' 놓고 백악관-국방부 갈등 최고조
입력 2020-06-07 16:43  | 수정 2020-06-14 17: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 항의 시위 진압에 군부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백악관과 국방부 사이 긴장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AP통신이 현지시간으로 어제(6일) 진단했습니다.

백악관과 국방부가 마찰을 빚는 일은 역대 미국 정부에서 왕왕 발생해 왔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서로 다른 신념을 가져 갈등하는 것이 벌써 두 번째라는 점에서 문제라고 AP는 지적했습니다.

시위 현장에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가 말의 향연에 그칠지라도 군 내부에는 대통령이 군을 정치적인 도구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의심을 남겼을 수 있다는 게 AP의 분석입니다.

양측의 갈등은 인식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시민을 상대로도 군의 힘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군 지도자들은 실제 반란 시도와 같이 가장 극단적인 비상상황에서만 법 집행에 군을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퇴역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하버드대 벨퍼센터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가 격화한 일부 주(州)에 연방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신성시되어야 하는 신뢰"가 깨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란 "우리 사회의 자유를 종식하고 정부를 마비시킬 수 있는 막강한 물리력과 지렛대를 가진 군, 특히 현역군은 그 힘을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절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브룩스 전 사령관은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사이 갈등은 에스퍼 장관이 브리핑을 자청해 군을 동원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충성파로 꼽혀온 에스퍼 장관은 지난 3일 브리핑 자리를 빌려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폭동진압법 발동 구상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에스퍼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자리에 동행했다가 '군을 정치화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에 대응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기념사진 촬영' 자리에 함께했던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최근 의원들을 사적으로 만나 시위 진압에 군부대를 동원했을 때의 우려를 논의한 것도 현재 군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 국방부 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과도 갈등을 빚다가 2018년 12월 그를 경질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지난해 7월 에스퍼 장관으로 채우기까지 국방부는 반년 넘게 장관 대행 체제로 운영됐습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시리아 주둔 미군 부대를 철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을 존중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임서를 제출, 2019년 2월 나가겠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두 달 앞서 그를 해임했습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최근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그렇게 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그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 대응 방식을 비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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