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날마다 전국에서 37명…확진자 숫자가 아닙니다
입력 2020-06-03 17:46  | 수정 2020-06-10 18:37

'하루 평균 37명.' 우리나라에서 하루 동안 극단적 선택을 통해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다. 이 숫자대로라면 올해 초부터 대한민국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로 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을 넘어서는 데 8일이면 족하다.
OECD회원국중 최고 수준인 불명예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블루' 여파로 고위험군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맞춤형 정책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청년보다 노인, 여성보다 남성이 더
지난 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개한 '2020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의 수는 무려 1만3670명에 달했다. 하루에 37명, 매시간 1.6명꼴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6.6명을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5명)의 2배를 넘겼다.

성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남성의 자살률이 38.5명으로, 14.8명인 여성보다 2.6배 높았다. 단 자살·자해 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수는 여성이 55.7%로 남성보다 더 많았다.
연령대에서는 80대의 자살률이 69.8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후 ▲70대 48.9명 ▲50대 33.4명 ▲60대 32.9명 ▲40대 31.5명 ▲30대 27.5명 ▲20대 17.6명 ▲10대 5.8명 순으로 파악됐다. 모든 연령층에서 전년보다 늘었고, 10대 청소년의 자살률 증가 폭이 22.1%로 가장 컸다.
주원인으로는 정신적인 고통과 경제적인 어려움 등이 꼽혔다.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31.6%로 가장 높았고, ▲경제적인 어려움 25.7% ▲육체적 질병 18.4% ▲가정 문제 7.9% ▲직장·업무상의 문제 3.7% ▲남녀 문제 3.2% ▲사별 0.8%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국민 절반 '우울하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점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지난 2017년 2위로 떨어졌지만, 그 해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줄곧 1위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까지 더해지자 전문가들은 감염병 확산으로 초래된 우울증, 이른바 '코로나 블루'로 인해 예년보다 자살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다행히 올해 1~3월 자살자 수는 총 3045명으로, 3495명을 기록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450명이 줄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5% 이상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유의미한 감소라고 보기도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확산이 진행 중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4월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3%)에 따르면 '다소 불안하거나 우울하다'고 한 응답자가 무려 47.5%에 이른다.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는 국민 절반도 우울함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사회경제적 손실과 경제위기 못지않게 국민 정신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민 트라우마 확산, 즉 멘탈데믹(mentaldemic)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 '코로나 블루'에 고위험군 관리 나서
관련 통계가 잇따라 발표되자 정부도 사회적 고립감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는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을 우려해 자살 고위험군 관리에 나섰다. 자살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있는 사회복지관 등에서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고, 고층건물 옥상이나 다리 등에는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기로 한 것.
또 지난달 27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는 고위험군에 대해 전화상담과 안부문자로 심리 상태를 수시 점검하는 방안과 방문상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이날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고립감, 우울감, 스트레스 등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선제적이고 세심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각 부처에 주문했다.
[이상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