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사망 규탄 시위 강경진압을 천명한 가운데 군 전투헬기까지 투입되자 퇴역장성들이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다"라며 한목소리로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오늘(2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틴 뎀프시 전 합참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며 우리의 시민은 적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발했습니다.
토니 토마스 예비역 장군도 트위터에 "미국이 전쟁터라고??? 남북전쟁 같은 내전이나 적들의 침공이 아닌 다음에야 결코 들을 필요 없는 말"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샌디 위네펠드 전 합참 부의장은 문제의 헬기를 몬 조종사 2명이 "연방군은 국가의 존립이 위협되는 가장 심각한 상황을 위한 보루"임을 상관들에게 상기시켰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미 언론에 따르면 어제(1일) 밤 워싱턴DC 차이나타운에서 육군 소속 블랙호크(UH-60) 한 대가 '건물 높이 수준'으로 낮게 비행했습니다. 저공비행으로 각종 잔해와 나뭇가지 등이 날려 시위대가 맞을뻔했습니다.
블랙호크는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에 투입됐던 공격용 헬기입니다. '블랙호크 다운'이라는 영화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대표적인 전투기입니다.
이날 블랙호크와 함께 의료수송 등 재난임무에 투입되는 라코타헬기(UH-72)도 저공비행 등으로 적을 겁주는 '작전기동'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군 헬기가 시위대 바로 위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제자리 비행을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보도됐습니다. "전쟁터에서 반란세력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인 무력 과시"라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블랙호크기 시위대를 위협하고 있을 때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며 또다른 보여주기식 행보에 동참 중이었습니다.
경찰이 최루탄을 터뜨려 백악관 앞 시위대를 해산한 뒤 확보한 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유히 걸어나가 인근 교회에서 성경을 든 채 "미국을 지키겠다"면서 인증샷을 찍은 행사였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몸담았던 마이클 맥파울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는 군 수뇌부가 이런 행사에 참여한 것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내가 존경하는 밀리 합참의장은 스스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행사에 앞서 에스퍼 국방장관은 "전쟁터를 장악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해 엄청난 비판을 받았습니다.
NYT는 "현역군과 예비군의 40% 이상이 유색인종"이라며 "경찰에 의한 흑인사망 규탄에 나선 평화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명령에 이들 상당수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흑인인 칼레스 라이트 미 공군 선임상사는 "내가 조지 플로이드다"라며 트위터를 통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흑인들의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폭동과 약탈을 단속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국방부는 워싱턴에 주둔할 병력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NYT는 "국방부 관리들에 따르면 500명에서 수천명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