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 라운지] `데이터` 과외받던 진옥동 행장의 특명
입력 2020-06-02 17:56 
"1~2년 뒤는 너무 늦다. 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기를 앞당겨보자." 예금·대출과 상품 판매 등으로 실적을 올려온 신한은행이 이번엔 데이터 사업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최근 매주 2~3시간씩 일정을 비워 디지털 담당 부장과 최신 동향을 토론하는 '특별 과외'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데이터 활용 등도 주제다. 예전 같았으면 은행 내 빅데이터센터에 맡겨 뒀을 데이터 관련 사업화를 직접 챙기는 것도 이런 관심과 학습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그 일환으로 신한은행이 임직원 주도 '데이터 전문 벤처회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신한은행은 2일 내부 공문을 통해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 모델 확립과 시장 선도 지위 확보를 위한 발 빠른 대응'이란 제목으로 사내벤처 공개 모집을 시작했다.
이번 사내벤처 프로젝트는 데이터 사업화를 빠르게 추진하라는 진 행장 지시에 따른 것이다. 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은 "최근 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행장 보고를 들어가면 화이트보드를 펼쳐놓고 행장과 실무자들이 토론을 벌인다"며 "그 과정에서 사업화와 인재 확충에 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고, 진 행장이 특히 속도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데이터 특화 사내벤처는 다음주 인력 선발에 착수해 8월부터 연말까지 5개월간 운영될 예정이다. 선발 인원은 '사내벤처팀' 소속으로 별도 발령을 내고, 은행 자회사 또는 독립 법인으로 만드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사내벤처팀은 △판매용 데이터 발굴·상품화 △데이터 수요 기관 발굴·관리 △데이터 제공·가공 등 업무를 추진하게 된다.
김 본부장은 "사내벤처는 기존 은행 업무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것이라 참여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며 "데이터에서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올해 하반기 마이데이터 사업 인허가가 예정돼 있는 등 데이터 활용 중요도가 높아지자 사내벤처를 통해 이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신한은행은 올해 4월 은행권 최초로 '데이터 기반 자문 및 판매 서비스업'을 부수 업무로 신고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