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전셋값 불안…48주 연속 올랐다
입력 2020-06-02 17:52  | 수정 2020-06-02 23:09
◆ 계속 오르는 전셋값 ◆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 84㎡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 모씨는 올해 연말 전세 만기일을 앞두고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그가 2년 전 입주할 때만 해도 6억원대이던 전세금은 어느덧 8억5000만원 선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근처 공인중개업소들은 연말이면 전세금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규제 때문에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실거주 기간'을 늘려야 하는 만큼 집주인들이 대거 들어와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부에서 계속 전세금이 안정적이라고 얘기하는데 현장 분위기는 다르게 돌아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전세금이 1년 가까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오름폭도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올해 초부터 하향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전세금 상승세에 힘입어 바닥을 다지는 양상이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해 7월 첫째주 이후 무려 48주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서도 작년 7월 둘째주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47주 동안 오름세다.
2017년 말부터 하락하던 서울 전세금은 지난해 7월 바닥을 찍은 뒤 매주 0.1~0.3%씩 상승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4억8656만원으로 지난해 5월(4억6241만원)보다 2415만원(5.2%) 상승했다. 2018년 5월~2019년 5월 상승 폭이 1232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뛴 셈이다. 2년 전 전세 아파트를 계약한 세입자가 같은 집에 살기 위해 계약을 연장하려면 평균 3600만원 넘는 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전세금이 꿈틀거리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 미스 매치'가 일어난 탓이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보유세 폭탄,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로또 청약'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이 살 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8~2019년 매년 4만가구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부터 2만가구대로 주저앉는다. 여기에 매년 12만~16만가구씩 공급하던 경기도 입주 물량마저 내년부턴 10만가구 아래로 내려간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 2~3년 입주 물량에 양도세를 아끼기 위해 본인 집으로 들어오려는 집주인까지 생각하면 전세 공급은 갈수록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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