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너몰린 美진출 중국기업…다다넥서스, IPO 반토막·통신사 사업중단 위기
입력 2020-06-02 11:41  | 수정 2020-06-09 12:37

이른바 '홍콩보안법'과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사태를 두고 미·중 양국 갈등골이 깊어진 가운데 미국 내 중국 기업 활동이 실제로 위축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돌연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는 식으로 올해 1월 미국과 서명한 1단계 무역 합의도 파기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빠르게 사그라들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증시 나스닥 데뷔를 앞두고 있는 중국 기업 '다다 넥서스'는 1일(현지시간) 기업공개(IPO) 차입 목표 금액을 총 2억8000만 달러로 낮췄다. 다만 회사는 지난 달 중순까지만 해도 5억 달러를 목표로 잡았던 것을 불과 2~3주 새 절반 가까이 낮은 액수로 대폭 낮춰잡았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다 넥서스 측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회사가 IPO목표액을 대폭 낮춘 이유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연방 의회가 중국 기업을 겨냥해 자본 시장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IPO는 증시 상장을 위한 첫 단계에 해당하며, 해당 기업이 IPO를 통해 얼마만큼의 자금을 끌어모으느냐는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다다 넥서스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식료품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배달 전문 서비스 업체다. 2760만 명(실제 활동 중인 사용자 기준)를 가진 주문형 유통 플랫폼 JD-다오자와 중국 700여개 도시를 잇는 주문형 배달 플랫폼 다다 나우를 운영한다. 지난해 순손실이 24억6000만 위안(약 4228억 원)에 달했고 앞서 2018년에 순손실은 23억9000만 위안을 기록한 바 있다.
1일 다다 넥서스 측이 미국증권거래감독위원회(SEC)제출한 IPO자료 상 공모가는 1주당 15~17달러로 주식예탁증서(ADR) 1650만 주를 발행할 계획이며 핵심 투자자인 징둥 닷컴과 월마트가 IPO이후 각각 6000만 달러와 3000만 달러 어치 주식을 사들인다는 의향을 냈다. 중국 징둥닷컴(다다 넥서스의 지분 45.3%)과 미국 월마트(9.5 %)는 다다 넥서스 핵심 투자자다.

한편 미국 통신시장에서는 중국 관영 통신업체들이 '사업 중단' 위기에 놓였다고 1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FCC)가 중국 관영통신사 3곳 업체에 대해 미국 내 사업 취소 가능성을 공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FCC는 중국 관영 통신업체인 퍼시픽 네트워크와 자회사 컴넷, 차이나 텔레콤 아메리카, 차이나 유니콤 아메리카 등 총 4곳 업체에 대해 미국의 안보에 해가된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장 폐쇄'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FCC는 사업 취소 전 '미국이 사업 취소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보라'는 해명 기회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1일 퍼시픽 네트워크와 컴넷은 92페이지 분량의 해명 보고서를 내 "20여년 간 미국에서 사업하면서 FCC로부터 강제 조치를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중국 공산당·정부로부터 미국의 안보 등 이해관계에 반하는 행동을 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두 회사는 중국 정부 산하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입장이 사실인지 여부 등은 FCC가 판단해야 한다. 퍼시픽은 국제음성데이터를 미국에 되파는 음성데이터 도매업체이고 컴넷은 SIM카드나 국제 전화 교환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
미국에서는 워싱턴DC 정가와 뉴욕 증시가 합심해 중국 기업을 몰아세우면서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마이크 갤러거, 더그 라말파, 짐 뱅크스 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이 중국 인민군과 연계된 외국 방산기업과 미국 기업 간 거래를 금지 하는 법안을 이번 주 공개할 예정이다. 법안은 미국 재무부가 중국 인민군과 '실질적 계약을 맺고 있거나, 연계되어있거나, 지원을 받고 있는' 외국 방산기업 목록을 연방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 기업과 시민권자들은 보고서 제출 후 6개월 안에 보고서의 목록상 기업에 대한 기존 투자를 회수해야 하고 신규 투자나 거래 갱신을 할 수 없다. 앞서 지난 달 20일 상원은 중국 기업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사실상 금지하는 외국회사책임법안을 통과시켰고, 하원에서도 유사한 내용으로 된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상원 법안은 '자국 정부 통제' 의혹이 있고 3년 이상 미국 회계감독위원회 회계감사를 회피한 뉴욕 증시 상장기업을 제재한다는 내용인데, 현재 해당 기업 224곳 중 95%인 213곳이 중국·홍콩 기업이다.
증시에서는 중국 기업들 진출이 활발한 나스닥이 IPO 규제를 강화해 중국 기업을 정조준했다. 나스닥은 사상 처음으로 'IPO를 위한 최소한 자금 확보'를 조건으로 내걸어 중국 등 외국 기업에 대해 IPO 과정에서 최소 2500만달러를 조달하거나 상장 후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 자금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중국 기업의 IPO를 위해 회계감사 업무를 맡은 업체에 대해서도 국제표준 준수 여부를 확인·조사해 위반 시 IPO 취소 등 벌칙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회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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