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죄송합니다" "지지합니다"…美시위에 목소리 내는 기업들
입력 2020-06-02 11:26  | 수정 2020-06-09 11:37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이 2일 사과 입장문을 발표했다. 해시태그 #BlackLives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나 백인 경찰관의 과잉 체포로 숨진 흑인 남성 이름인 #GeorgeFloyd(조지 플로이드)가 달린 게시물 조회수가 0으로 집계된 것에 "검열이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사과한 것이다.
틱톡 측은 성명에서 "흑인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에 안전하지 못하고, 지지받지 못하고 있으며, 억압받는다는 느낌을 준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서도 "기술적 결함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흑인 인권보호 단체 2곳에 400만달러(약 49억원)의 기부 의사를 밝혔다. 틱톡 측이 밝힌 #BlackLivesMatter의 실제 조회수는 20억회를 웃돌았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시위가 미국 전역뿐 아니라 유럽 등으로 번지자 글로벌 기업들이 등돌릴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각 기업들은 계획했던 떠들썩한 개시 행사를 미루거나, 시위에 지지를 표시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기업에 침묵은 더 이상 옵션(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신제품 개시 행사를 앞두고 있던 기업들은 일정을 미루고 있다. 구글은 애초 3일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던 안드로이드11 행사가 연기됐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구글은 "지금은 축하할 때가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하지 않았다. 4일 열릴 예정이던 플레이스테이션5 쇼케이스도 취소됐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린 뒤에 서서 더 중요한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위 행렬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줄잇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달 28일 공식 트위터에 자사의 유명 브랜드 문구인 '저질러 버려라(Just do it)'을 '하지 마라(Dont do it)'로 메시지를 정반대로 바꿔 게재했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인종 차별에 등 돌리지 마라. 더이상 변명하지 마라. 이것이 당신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라"라고 적으면서 이번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경쟁사인 아디다스는 이 게시물을 리트윗하면서 "함께하는 것이 우리가 진보하는 길"이라며 동조했다.
넷플릭스도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침묵은 공모이며, 우리는 흑인 회원과 직원들, 영상 제작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의무가 있다"고 밝혔고, 방송사 비아콤 CBS는 1일 오후 5시부터 8분 46초 간 '검은 화면'을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백인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른 시간 동안 화면을 암전시켜 사망자에 대한 애도와 시위에 대한 지지를 함께 표시하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의 아메리쿠스 리드 마케팅 교수는 "기업들이 예전보다 더 과감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불의를 규탄한다'는 것은 '흑인이 (부당하게) 살해당하는 것에 역겨움을 느낀다'는 것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사안에 따라 입장이 나뉘는 이슈가 아니라 인종차별 같은 이슈에서는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 도덕적 가치를 기업과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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