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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은 공을 1루에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상철의 오디세이]
입력 2020-06-01 11:20 
롯데자이언츠 투수 김원중은 5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베어스전에서 9회말 박세혁의 타구에 무릎을 맞았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허문회호에 5연패는 없었다. 5월의 마지막 날, 롯데는 11회 연장 접전 끝에 두산을 8-3으로 제압하고 4연패를 탈출했다.
힘겨운 승리였다. 3-1의 8회말, 2점 차 리드를 못 지키며 이틀 연속 연장 승부를 펼쳐야 했다. 8회말에 등판한 진명호는 볼넷 2개를 내주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거인의 연패 탈출은 하루 더 빠를 수도 있었다. 5월 30일 경기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롯데는 두 번이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박진형은 7회말 최주환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으며 김원중도 9회말 내야안타, 실책, 희생타에 고개를 숙였다.
손승락의 재계약 무산과 은퇴로 거인의 새 마무리 투수가 된 김원중은 17일 만에 시즌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공교롭게 시즌 첫 번째 블론세이브 상대도 두산(13일 사직 경기)이었다. 악연이다.
그때 기억이 생각났을 수도 있다. 연패에 처한 팀을 구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했다. 결과적으로 ‘새드 엔딩이었으나 김원중은 1루에 공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5월 30일 잠실 롯데-두산전의 9회말 1사에서 김원중은 박세혁과 대결했다. 1B 1S 카운트에서 김원중의 149km 속구에 박세혁의 배트가 반응했다. 첫 번째 속구(초구 148km)에 헛스윙을 했으나 이번엔 배트에 맞혔다.
타구는 투수 정면으로 향했다. 무릎에 공을 맞은 김원중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KBO리그 포수 중에 가장 발이 빠른 박세혁이다. 김원중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했다. 공을 발견한 그는 고통을 참으며 1루에 송구했다. 그러나 1루수 이대호가 포구하기 힘든 방향이었다.

김원중의 송구 실책. 박세혁은 2루를 돌아 3루까지 갔다. 그리고 허경민의 희생타에 4-4 동점이 됐다. 김원중이 1루에 공을 던지지 않았다면, 1사 3루가 아닌 1사 1루 상황이었다.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도 김원중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김원중은 ‘필승 생각밖에 없었다. 한 야구인은 1루에 공을 안 던지는 게 방법일 수 있으나 그게 쉽지 않다. (아웃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송구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1패를 했으나 마무리 투수를 잃지 않았다. 좌측 무릎 타박상. 부기가 있으나 병원검진을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 5월 31일 경기에서 세이브 상황에 등판하지 않았으나 예고된 결장이었다. 허문회 감독은 김원중을 휴식조에 편성했다.
주변에선 김원중의 무릎 상태를 걱정했다. 괜찮냐”는 물음에 괜찮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몸이 아닌 마음에 상처가 있다. 꼭 1점 차 리드를 지키고 싶었기에 너무 원통했다. 자신을 향한 채찍이다.
롯데 관계자는 김원중이 (강판 후) 통증을 호소하기보다 너무 분하다고 하더라.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자기 때문에 놓쳤다고 자책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원중은 올해 KBO리그 10경기에 나가 1승 3세이브 2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0.87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등판한 경기의 승률은 80%다. 또한, 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0.77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이지만, 초보 마무리 투수의 성적표로 우수하다.
롯데가 작년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데에는 김원중의 공헌도 크다. 작은 실수였다. 만회할 기회는 많다.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본 것만으로도 그의 투혼은 아름다웠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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