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E)정도 쯤이야"…`독기` 품은 BMW 신형 5, 벤츠 E 잡을까
입력 2020-05-30 15:58  | 수정 2020-05-30 21:47
BMW 뉴 5시리즈[사진제공=BMW코리아]

"E정도면 됐다구요? E정도에 놀라지 마세요. E보다 좋으니"
독일 BMW그룹의 새 허리 역할을 담당할 신형 5시리즈가 첨단 독기(獨技)를 품은 채 세계 최초로 한국을 찾았다. E만큼만 해봐. E만한 게 없다니까”라며 자존심에 상처를 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잡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BMW코리아는 지난 27일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에서 올 4분기부터 판매에 들어갈 뉴 5시리즈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했다. BMW가 본무대인 유럽,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 중국이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신차를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BMW그룹 경영진은 지난해 11월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열린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신형 5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산모터쇼가 취소되면서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BMW그룹 본사는 그러나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방역 강국'으로 인정받게 되자 약속을 지켰다.
여기에는 BMW에서 차지하는 한국 시장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실제로 올 1~4월 BMW 5시리즈가 가장 많이 판매된 곳은 독일, 미국, 중국이 아닌 한국이다.
그러나 BMW그룹은 미국, 중국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는 한국에서 '용호상박' 관계인 벤츠 때문에 아픔을 겪고 있다.
BMW 뉴 5시리즈[사진제공=BMW코리아]
두 브랜드는 각각 중형 프리미엄 세단인 5시리즈와 E클래스를 앞세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 경쟁을 벌여왔다.
1위 자리는 벤츠 차지였다. BMW 핵심 모델로 3시리즈를 이끌고 7시리즈를 밀어줄 5시리즈가 벤츠 E클래스에 밀리면서 전체 실적에서도 벤츠에 졌다.
BMW코리아는 지난 2016년 벤츠코리아에 1위를 빼앗긴 뒤 지난해까지 되찾지 못했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해 4만419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반면 벤츠코리아는 1.7배 이상 많은 7만8133대로 1위 자리를 지켰다. 벤츠 전체 판매량 중 절반 정도가 E클래스 몫이었다. 지난 2016년 6월부터 국내 판매에 들어간 10세대 E클래스는 지난해 7월 수입차 최초로 단일 모델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는 성과도 거둬들였다.
BMW코리아는 상품성을 향상한 7세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뉴 5시리즈가 올 4분기 출시되면 E클래스를 잡고, 더 나아가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 자리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벤츠코리아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올 하반기 E클래스 페이스리프트로 맞불을 놓으며 1위 자리 지키기에 나선다.
분위기는 BMW코리아에 다소 유리한 편이다. BMW코리아는 악재였던 화재 이슈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데다 신차도 잇따라 출시하면서 판매를 점차 회복하고 있다.
덩달아 벤츠코리아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자동차 구매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올 1~4월 판매대수는 BMW코리아가 전년동기보다 45.7% 증가한 1만6454대, 벤츠코리아가 8.6% 늘어난 2만2145대를 기록했다. BMW코리아가 벤츠코리아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벤츠코리아에는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라는 악재가 발생했다. BMW코리아가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BMW 뉴 5시리즈[사진제공=BMW코리아]
BMW코리아가 이번에 선보인 뉴 5시리즈는 '기술 강국' 독일의 첨단 기술(獨技)로 무장했다. 역동적이면서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디자인, 전기화를 통한 효율 향상,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디지털 기술 등으로 페이스리프트를 뛰어넘는 상품성을 갖췄다.
외관은 독기를 품은 듯 강렬하면서 스포티해졌다. 하나의 프레임으로 통합한 키드니 그릴은 상하좌우로 커지면서 프런트 에이프론까지 이어졌다. 날카로워진 헤드라이트는 과거부터 이어온 BMW만의 디자인에 현대적인 요소를 더해 세련되게 진화했다.
새로운 풀LED 헤드 라이트에는 어댑티브 코너링 램프를 포함시켰다. 리어 라이트에는 검정색 테두리와 새로운 엘자(L)형 그래픽을 적용했다. 후미등과 제동등은 입체적으로 디자인됐다.
뉴 5시리즈에 탑재된 모든 4기통 및 6기통 엔진에는 연료 효율성과 역동성을 동시 제공하는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다.
BMW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은 지난 2019년 가을 BMW 520d와 BMW 520d xDrive 모델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연료 소모량 최소화, 승차감 개선 등의 성능 향상을 거쳐 뉴 5시리즈에 탑재된다.
강력한 48볼트 스타터-제네레이터와 보조 배터리를 통해 회생제동 효율과 전력 저장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은 전장 시스템에 공급될 뿐 아니라 내연기관의 부하를 줄이고 출력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된다.
48볼트 스타터-제네레이터는 순간적으로 11마력을 발휘해 전기 부스트 효과를 낸다. 추월이나 출발 가속 시에 추가적인 역동성을 부여한다. 정속 주행 중에는 엔진을 보조해 연료 효율을 높인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나 탄력 주행 기능을 사용할 때에는 승차감을 개선한다.
뉴 5시리즈는 184마력부터 340마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력을 발휘하는 3가지 가솔린 엔진 및 3가지 디젤 엔진으로 나온다.
가솔린 엔진은 직분사 시스템 압력을 높여 효율을 향상시켰다. 모든 디젤 엔진에는 2-스테이지 터보차저 기술을 적용했다. 모든 모델에 8단 스텝트로닉(Steptronic) 변속기가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인 뉴 530e 투어링과 뉴 530e xDrive 투어링도 판매된다. 두 모델은 최고출력 184마력을 발휘하는 4기통 가솔린 엔진에 최고 109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총 출력은 엑스트라부스트(XtraBoost) 기능을 더해 최고 292마력에 달한다. 순수전기모드로 주행가능한 거리는 56~62km다.
BMW 뉴 545e xDrive 세단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선택폭을 확대하는 모델이다. 109마력 전기모터와 286마력 직렬 6기통 엔진을 조합해 최고 394마력의 총 출력을 발휘한다. 순수전기모드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57km다.
PHEV 모델에는 차량이 도심 내 배출가스 제한 구역에 진입할 경우 위치 기반의 지오펜싱(Geofencing)을 활용해 순수 전기 주행모드로 자동 전환되는 BMW e드라이브존 기능도 적용된다.
뉴 5시리즈에 탑재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장거리 여정에서 안락한 주행감을 제공하고 일상 주행의 안전성을 높여준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패키지에는 능동형 내비게이션과 함께 성능이 향상된 조향 및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이 추가된다. 이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 차로 변경이 필요한 시점을 미리 표시해준다.
정체 구간에서 구급차량 등을 위한 주행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차량을 차선에 가깝게 이동시켜주는 '비상 차로 자동 형성' 기능도 새로 도입도니다.
파킹 어시스턴트는 차량이 진입했던 동선을 따라 후진할 수 있도록 조향을 최대 50m까지 보조하는 후진 어시스턴트 기능이 지원된다.
뉴 5시리즈는 신규 BMW OS 7이 적용된 BMW 라이브 콕핏 플러스 또는 BMW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반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BMW 맵은 빠르고 정확하게 경로 및 도착 예정 시간을 계산하고 실시간 교통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BMW 지능형 개인비서가 기본 탑재되는 것은 물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모두 지원한다. 차량 기능 개선과 디지털 서비스 추가를 원격으로 할 수 있는 '리모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탑재된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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