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이티의 코로나 대응법…`국민 종교` 부두교 "코로나 환자, 부두술로 치료"
입력 2020-05-25 17:23  | 수정 2020-06-01 17:37
지난 2010년 아이티 대지진으로 허허벌판이 된 주택가 풍경.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티에서는 대지진 피해 여진이 남은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출처=월드비전]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전세계를 휩쓴 가운데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는 부두교 지도자들이 '부두술'을 통한 만반의 준비에 나서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카리브 해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아이티는 공공 의료 시스템이 워낙 부족한 탓에 대지진 같은 자연 재해나 대형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시민들이 부쩍 부두교에 의지해왔다.
칼 앙리 드모르네 '아티'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 부두교의 호웅간과 맘보는 영적인 힘과 지식을 얻었으며 아이티 인들의 복지를 돌봐야할 책임이 있다"면서 "최근 알 수 없는 발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사원에 찾아들고 있다"고 말했다.아티는 부두교의 최고위 지도자이며 호웅간은 남성 사제, 맘보는 여성 사제를 가리킨다.
부두교 사제들은 최근 언론에 적극 출연해 아이티 시민들을 향해 "코로나19와 총력전을 벌일 준비가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두교 사무국은 예배당과 분리된 종교 입문 예식 공간을 갖춘 사원 1000곳을 골라 코로나19 환자 수용실을 준비했으며, 수용실 한 곳 당 최대 15명이 함께 격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무국은 코로나19 환자에게 줄 신비한 물약도 만들었으며 치료제로 쓸 예정이다.
아이티에서는 지난 3월 중순 처음으로 확진 사례가 나왔다. 덥고 습한 열대성 기후를 가진 아이티는 다른 나라에 비해 피해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4일 아이티에서는 하루 새 코로나19 확진자가 78명 늘어난 결과 총 865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는 총 26명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감염 진단이 이뤄지기 힘들어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티에서 보건 당국보다 부두교의 조치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공공의료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약초나 부두술에 기대는 형편이다. '맘보'인 라메르시에 찰스 씨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나는 사원을 병원이라고 여긴다"면서 "우리는 유행병이 생겨도 의료 시스템으로 대응할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 요법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최근 부두교 사제들은 감염을 줄이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용도로 모링가와 유칼립투스, 생강, 꿀을 넣은 차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
아이티 인구는 약 1100만명(우리나라의 4분의 1~5분의 1정도)로 인구의 절반 이상이 부두교 신자다. 부두교의 주된 의식인 부두술은 할리우드 영화 등에서 어둠의 종교가 사람들을 혹하거나 저주하기 위해 쓰는 '흑마술'로 묘사되기도 한다. 기독교와 갈등을 빚고 있지만 아이티에서는 주요 종교다.
부두교는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후 프랑스가 아이티를 식민 통치하는 동안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삼아 아이티로 강제 이주 시키는 과정에서 함께 들어왔다. 지금은 아이티와 미국 루이지애나에 부두교 신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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