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버리지 원유ETN, 무더기 상장폐지 위기
입력 2020-05-24 17:27  | 수정 2020-05-24 23:08
높은 괴리율을 이유로 미래에셋 레버리지원유ETN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8일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사가 상장지수증권(ETN)이 조기 청산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는데, 이와는 별도로 자진 청산 전 강제 상장폐지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상폐가 확정될 경우 괴리율로 인한 첫 ETN 상폐 사례가 된다. 미래에셋뿐 아니라 다른 레버리지 원유ETN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자칫 국내 증시에 상장된 4개 레버리지 원유ETN이 통째로 상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은 4월1일 이후 20영업일 동안 괴리율 6%(유동성관리자(LP) 의무사항으로 규정된 괴리율)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ETN은 사흘간 거래정지 후 지난 22일 거래가 재개됐으나 괴리율이 28.5%로 또다시 6%를 넘었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54.3%),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50.3%)에 비하면 괴리율이 낮은 편이지만 오히려 낮은 괴리율 탓에 그동안 거래정지된 기간이 다른 ETN보다 적어 역설적으로 괴리율이 6%를 넘는 횟수가 많았던 것이다. 다른 레버리지 원유ETN은 25~27일에 거래정지지만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은 22일 괴리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면서 25일 단일가 거래가 가능하다. ETN 괴리율이 6%를 넘는 기간이 분기당 20일이 넘으면 상장폐지까지 가능한 것은 현재 거래소 규정 때문이다. 거래소는 공매도 금지 기간에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은 정상 괴리율 기준을 기존 3%에서 6%로 완화했지만 원유지수 등 해외 지수는 종전처럼 6%로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는 분기 규정 위반 종목과 분기 LP 평가를 통해 ETN LP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한 분기에 20일 이상 괴리율 6%를 초과하거나 호가 스프레드에 문제가 있는 ETN이 LP 평가에서 F등급을 받는 경우 거래소가 LP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증권사가 발행부터 운용까지 맡고 증권사 브랜드를 내세우는 ETN은 다른 증권사를 LP로 삼기 어려워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폐로 갈 수밖에 없다. ETN이나 상장지수펀드(ETF)나 LP가 얻는 이익은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다른 증권사가 LP 역할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레버리지 원유 ETN에서 개인들의 무차별적 매수로 LP들이 괴리율 관리에 실패한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거래소 관계자는 "ETN LP는 해당 포지션을 채무로 인식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며 "증권사들의 유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LP 교체는 힘들다"고 말했다.
ETN 관련 별다른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한 증권사는 분기 LP 평가에서 F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2분기처럼 괴리율이 900%에 달할 정도로 레버리지 원유 ETN이 문제가 된 시기엔 해당 ETN을 운용한 증권사들이 F등급을 받을 가능성 역시 높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 발행사들이 F등급을 받을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을 비롯해 다른 ETN들도 4~5거래일 내 괴리율을 6% 이하로 낮추지 못하면 LP 의무사항을 위반하게 된다. 또 LP 평가에서 F등급을 받으면 거래소로부터 LP 교체를 요구받는다. 분기 LP 평가가 한 달 걸리고 LP 교체 요구 이후 한 달 안에 교체가 안 되면 상폐 수순으로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8월 말께 강제 상폐로 가게 된다. 금융위는 괴리율의 급격한 확대가 예상되거나 기초지수 산출이 불가능한 경우 등에는 발행사가 제한적으로 ETN을 조기 청산할 수 있게 했는데 이와 별개로 강제 청산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강제 청산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기 청산할 때 나올 비난이 두려워 ETN 발행사는 최대한 상장폐지를 늦추려다가 거의 전액 원금 손실이 확정된 상태에서 조기 청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조건을 정한뒤 공표하고 강제 청산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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