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K방역·헬스…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할 기회"
입력 2020-05-24 17:17  | 수정 2020-05-24 19:48
그에게 펀드매니저란 '상상하는 투자가'다. 경제·기업·수학 지식만으론 불충분하다. 시대를 읽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요즘처럼 한국 증시 향방이 불투명한 시기에 딱 들어맞는 덕목 아닐까.
10조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총지휘하는 '작은 거인' 강신우 투자관리위원장 얘기다.
그는 자타 공인, 한국 투자업계 전설이다. '피스톨 박' 박길종, '그레이트 장' 장만호 등과 함께 국내 펀드매니저 1세대를 대표한다.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한 절체절명의 위기 때 금융당국은 강 위원장에게 'SOS'를 쳤다. 그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 조성한 증안펀드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이다. 한국투자공사(KIC) 시절 각각 사장과 최고주식운용책임자(CIO)로 호흡을 맞췄던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그가 다시 의기투합한 것도 흥미롭다.

강 위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역설적으로 한국 증시의 도약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팬데믹에서 우리의 놀라운 대응은 국격과 국민 자긍심을 높여주는 상징성 말고도 실제 우리 기업에 대한 재평가 또는 밸류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K방역·K바이오 열풍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특히 '동학개미' 현상 등 국내 주식 수요 기반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한국의 성공적 대응이 코리아 브랜드 가치 상향으로 이어졌다는 것 역시 분명하기 때문에 한국 제품과 자본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코스피가 수직상승할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고질적인 저배당·후진적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K방역·K언택트를 뒷받침할 규제혁신도 필수다. 무엇보다 금융·실물 간 엄청난 괴리가 좁혀져야 한다.
"사상 유례없는 유동성 덕분에 금융은 빠르게 안정됐지만 글로벌 실물경제는 사실상 멈춘 상태예요. 2분기 기업 실적의 큰 폭 하향이 불가피한 이유죠. 3월과 같은 폭락 가능성은 낮지만 실적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과 코로나19 불확실성 우려로 높은 변동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겁니다."
구체적으로 코스피 향방에 관한 질문에 강 위원장은 "현재 코스피(22일 1970)는 코로나19 이전 1년 밴드(2000~2300)의 거의 하단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은 일단 안정화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며 "그러나 기업 실적 하향과 경제 정상화 시점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올해 고점(2300) 돌파 가능성은 낮습니다"고 답했다.
강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업종별 양극화에 주목한다. 성장성 높은 업종은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고, 나머지는 주가가 아무리 저평가 상태라 해도 당분간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전자의 대표적 예가 가상현실(VR)·원격의료다. 후자엔 철강·조선·여행·항공, 전통 금융업 등이 속한다.
"오늘 아침에 뉴욕 코네티컷의 한 투자자와 영상 콘퍼런스콜을 했어요. 그쪽은 저녁이었죠. 그분은 와인, 나는 커피를 들고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영상 건배를 했어요. 과거엔 직접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런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된 거죠. 지금은 컴퓨터 앞에서 영상으로 대화하지만, 조만간 가상공간에 다 같이 모여 있는 장면이 연출될 겁니다. 여행도 교육도 가상공간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VR 업종이 유망한 것이죠. 온라인쇼핑·원격의료도 계속 눈여겨봐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등 국면에서 맏형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양극화의 어느 쪽에 위치할까.
강 위원장은 "외국인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삼성전자를 못 믿어 떠난 게 아니라 현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정리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가속화할 디지털라이제이션의 핵심은 반도체인 만큼 외국인이 코스피에 본격 유턴하면 삼성전자가 다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증안펀드는 투자관리위가 투자 시기·강도·속도를 결정한 후 참여 운용사(민간 연기금풀)가 실행(매매)하는 구조다. 하지만 증시의 빠른 회복으로 증안펀드는 아직 주식을 사지 못했다. 현 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개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강 위원장은 "증안기금은 공포감 등에 의해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수요 보충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즘의 증시 환경이라면 개입 여지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만큼 경계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고 말했다.
▶▶ He is…
△1960년생 △부평고 △서울대 법대 △한투·현대투신·PCA운용 펀드매니저 △한투 CIO(부사장) △한화운용 사장 △한국투자공사 CIO △스틱 오퍼레이팅 파트너(현재)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장(현재)
[남기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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