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구서 코로나19와 사투 벌이는 간호장교 외조 나선 일반인 남편
입력 2020-05-24 09:01 
이성재 삼성SDI 프로와 이쁘니 소령 부부. [사진 제공 = 삼성SDI]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로 의료지원을 가게 된 국군 간호사관의 일반인 남편의 외조가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 국방FM라디오와 삼성SDI에 따르면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이쁘니 소령은 지난 3월 20일 대구 동산의료원 의료지원 명령을 받고 4주동안 파견을 가게 됐다.
그의 남편인 이성재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 프로는 혹시 모를 감염과 집안일에 대해 우려하는 아내를 안아주며 "내가 집에서 애들은 확실하게 돌볼테니 집 걱정은 전혀 하지 말고 일에 집중하라"고 응원했다.
이쁘니 소령이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이성재 프로는 회사와 집에서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회사에서 배터리의 품질 개선 등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이성재 프로는 같이 일하던 동료 2명이 연초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 혼자서 3명의 몫을 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업무량도 많은 가운데 가정에서 아내의 빈자리까지 채워야 했던 이성재 프로는 체력적으로 지치기도 했지만 '지금 아내는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힘을 냈다고 한다. 삼성SDI도 이성재 프로의 상황을 고려해 아내의 파견 기간 동안 이 프로의 업무를 조정해 아이들을 돌보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이성재 프로와 이쁘니 소령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볼 순 없었지만 틈틈이 영상통화와 사진 공유로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이성재 프로와 이쁘니 소령이 딸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SDI]
꿋꿋하게 아내의 빈자리를 채워가던 이성재 프로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고 한다. 이쁘니 소령이 대구로 파견을 떠난 지 2주쯤 지났을 무렵 4살배기 둘째가 새벽에 자다 깨서 엄마를 찾으며 엉엉 울기 시작한 것이다. 이성재 프로는 우는 아이를 안아주며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 다시 지웠지만, 엄마의 빈자리를 아빠만으로는 완벽하게 채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대구에 도착한 이쁘니 소령 역시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항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는 고령 환자가 많은 병동에서 근무를 했는데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많아 혹여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항상 대비해야 했다.
특히 24시간을 3교대 나눠 근무하면서 방호복을 입고 일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고 가족 생각도 많이 났지만 이 소령은 개인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고 '지금 여기가 나에게는 전시상황'이라는 군인정신으로 무장해 의료지원을 펼쳤다.
한 달의 시간이 흘러, 아내 이쁘니 소령이 파견에서 돌아오던 날 이성재 프로는 아내를 안으며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고,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줬다고 한다. 평소에 이벤트를 잘 못하는 이성재 프로에게는 큰 이벤트였고, 아내도 기뻐했다.
(왼쪽부터) 이쁘니 소령과 이성재 프로가 국방FM라디오에 출연해 아내의 파견 기간 동안의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SDI]
이 같은 사연이 국방FM라디오와 삼성SDI 사내소통채널을 통해 소개되자 '이쁘니 소령의 사명감과 이성재 프로의 외조로 편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가장 필요한 일에 힘을 모은 아름다운 부부다' 등 두 부부를 응원하는 댓글들을 달렸다.
이성재·이쁘니 부부는 첫 만남부터 특별했다. 레바논 파병 현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성재 프로가 전역한 뒤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이쁘니 소령과 재회해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한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