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G맨 좋아하는 대림그룹 회장님
입력 2020-05-23 08:01 

대림그룹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LG 출신들이 주목 받고 있다. 이해욱 회장의 '경영멘토'라 불리는 남용 대림산업 고문을 비롯해 LG맨들은 대림산업과 대림코포레이션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포진해있다. 경영실적도 좋다. 그룹 주력회사 대림산업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나 증가했다. 올해 이익 전망치는 1조원대로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된다. '3세 경영인'과 'LG DNA'가 대림을 변화시킨 결과다.
23일 재계 관계자는 "대림그룹은 이해욱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전문경영인과 주주중심경영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LG 출신들이 그룹 핵심회사 CEO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 장남인 이해욱 회장은 지난해 1월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남용 대림산업 이사회 의장
대림그룹 LG 인맥 대부는 한때 'LG의 장자방'으로 불렸던 LG전자 부회장 출신 남용 대림산업 이사회 의장(등기임원)이다. 그는 대림학원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준용 명예회장과 이해욱 회장 등 오너일가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다. 특히 남 의장은 이해욱 회장에게 그룹 비전인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수립 등 경영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LG 시절 LG전자를 '국적 없는 세계적 마케팅 회사'로 키우려 했다.
재계 관계자는 "남용 의장은 경영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인정받아 대림산업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남 의장은 회사 경영 뿐 아니라 인재 영입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용 의장과 인연이 있는 LG 출신 CEO는 배원복 대림산업 대표, 이준우 대림코포레이션 대표, 허인구 대림자동차공업 대표, 윤준원 대림오토바이 대표, 배동호 대림씨엔에스 대표 등이다. 대림그룹 주요 계열사 5곳 대표이사가 모두 LG 출신이다.
배원복 대림산업 대표
대림산업은 이해욱 회장 체제 출범 후인 지난해 말 대표를 교체했는데, 배원복 대표는 30년 넘게 LG맨이었다. 그는 LG전자 시절 30대 후반에 임원을 달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주요 보직은 디자인경영센터장과 MC사업본부(휴대폰담당) 글로벌상품전략담당, MC사업본부 마케팅센터장(부사장) 등이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LG전자 피처폰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마케팅 전문가이기도 했다.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샤인폰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디자인경영센터장 시절엔 크리스탈폰과 롤리팝폰 등을 히트시켰으며, 회사 최초로 외부 디자인 전문가(이건표 카이스트 교수)를 영입해 디자인경영센터장 후임에 앉혔다. LG전자 최초 스마트폰인 옵티머스의 시작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LG전자 휴대폰 황금기 시절 CEO는 남용 당시 LG전자 부회장이었다. 배원복 대표는 2017년 LG전자를 떠나 서울대에 잠시 몸을 담았다가 2018년 대림오토바이 대표로 대림그룹에 합류했다. 여기엔 남용 대림산업 이사회 의장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배 대표는 고급아파트 브랜드 '아크로' 등 대림산업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이기선 대림산업 CPO(최고구매책임자)와 김민석 경영기획실 담당 임원 등도 LG전자 출신이다.
이준우 대림코퍼레이션 대표
대림산업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 이준우 대표도 LG전자를 거쳤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최대주주(21.67%)며,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는 지분 52.26%를 보유한 이해욱 회장이다. 지난해 말 대림코포레이션 최고경영자에 선임된 이준우 대표는 1975년생으로, 사업포트폴리오 전략 전문가다. 그는 이해욱 회장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 회장이 참석하는 주요 회의엔 이준우 대표도 함께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이 회장 신임이 두텁다. 이준우 대표는 40대 젊은 CEO인만큼 향후 이해욱 회장과 함께 대림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허인구 대림자동차공업 대표도 LG전자 출신이다. 허인구 대표는 LG전자 가정용에어컨(RAC) 사업부장을 지냈다. 배동호 대림씨엔에스 대표는 LG하우시스 임원을 지냈으며, 박문화 전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대림씨엔에스 사외이사다. 박 전 사장은 LG연암공대 총장도 지냈다.
대림오토바이는 연이어 LG출신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배원복 대표 후임인 윤준원 대표는 LG유플러스 전무와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 대표를 거쳤다.
재계 관계자는 "대림산업과 대림자동차 대표 등은 남용 대림산업 이사회 의장과 LG 시절 인연을 맺은 경영인들"이라며 "LG와 대림 오너들의 끈끈한 관계도 LG 출신들이 대림에서 약진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LG 고위 임원들의 대림행엔 오너들끼리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 장모는 구광모 LG 회장 고모다. 이 회장 부인과 구광모 회장은 사촌 사이다. 이해욱 회장은 아내와 함께 LG트윈스 경기를 보러 다닐 정도로 LG 야구팬이기도 하다.
한편 연결기준 1분기 대림산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매출도 8% 가량 늘었다. 올해 사상 최대 이익도 전망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1조원 수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시장친화적 주주정책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림산업 연결대상 종속기업으로는 대림자동차공업과 대림씨엔에스, 대림오토바이, 글래드호텔앤리조트, 삼호, 고려개발 등이 있다.
[정승환 재계·한상 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