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톡톡! 부동산] 청년에겐 보증금 버거운 역세권 청년주택
입력 2020-05-21 17:50  | 수정 2020-05-22 17:56
"역세권 청년주택에 당첨됐다고 기뻐서 부모님이랑 같이 상담받은 청년이 있었는데 보증금이 부담된다고 결국 계약을 해제했어요. 부모님도 미안한지 아무 말 없이 땅만 보더라고요."
서울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이곳 5번 출구를 나서자 19층짜리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은 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청년들(만 19세 이상~만 39세 이하)이 직장과 주거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시와 민간이 함께 지은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장한평 역세권 청년주택은 전용면적 14.5㎡ 기준 보증금이 4900만원이고 관리비는 월 7만~8만원이다. 시에서 제공하는 보증금을 지원받으면 주택도시기금 대출(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대출·버팀목 전세자금대출 포함)을 받을 수 없다. 즉 나머지 보증금은 직접 마련하거나 은행권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역세권 청년주택은 월 270만원 이하 소득자 대상이니 보증금을 직접 마련하기는 어렵다. 또 수요자 대부분이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가는 처지이다 보니 최대 3.7%에 달하는 은행권 이자를 내기에도 부담이 큰 현실이다. 결국 민간임대 특별공급의 경우 1순위 입주 대상(월소득 270만원 이하)이 모집 미달됐다.
민간임대 특별공급 입주 자격은 2순위 입주 대상, 즉 월 540만원 이하(전년도 도시근로자(3인 이하) 월평균 소득 100%이하)에 넘어갔다. 그러자 실제로 입주하기 시작한 청년은 공무원·금융권 종사자들이었다. 장한평 청년주택 관계자는 "이들이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청년층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시가 2순위 소득 기준으로 제시한 월 540만원 이하는 사실상 소득 기준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통계청에서 올해 1월 발표한 '2018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월 550만원 이상 소득자는 상위 10%대(12.8%)에 속했다. 연령별 중위소득은 20대가 194만원, 30대가 286만원이라 서울시가 제시한 2순위 소득 기준과 격차가 컸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보증금 지원을 받는 것보다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받아 다른 집을 구하는 게 더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제기된 문제점을 반영해 보증금 한도를 높일 계획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이번 결과를 반영해 서울시 청년들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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