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트럼프 협박편지에…WHO 사무총장 `썩소`로 화답
입력 2020-05-21 17:36  | 수정 2020-05-28 17:37

말많고 탈 많은 두 리더의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WHO 사무총장에게 자금지원을 끊을 수 있다는 편지를 최근 보냈다.
그런데 지난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첫 공식 반응을 내보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식의 썩소(썩은 미소)가 바로 그것이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기자와 영국 기자로부터 연달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중국 중심(China-centric)으로 돌하가는 WHO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끊어버리겠다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 답변이 들어오기 전까지 팬데믹 대응과 관련해 심각한 표정으로 답변을 취하던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얼굴에 변화가 시작했다.
'트럼프'라는 이름이 질문에 들어가자마자 그의 얼굴에 미묘한 웃음기가 잡히기 시작한 것.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오는 일반적인 웃음이 아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마주할 때 생기는 비웃음기였다.
심지어 그는 수 초간 윗니를 다 드러낼만큼 소리 없이 웃다가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내 답변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트럼프 서신)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성 서신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표명 없이 들여다보고 있다(looking into it)는 원론적 답변에 머무른 것이다.
그러나 WHO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55분 분량의 해당 영상을 보면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답변 전 이미 해괴한 느낌의 썩소로 사실상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는 듯했다.
마치 "당신의 협박 편지에 우리가 흔들릴 것 같느냐"는 듯 그의 웃음에는 비아냥과 조롱의 느낌이 역력하게 묻어났다.
WHO가 최근 발간한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8~2019년까지 미국이 WHO에 낸 분담금은 약 1조원에 이른다.
매년 5000억원 정도를 보내는 것으로 이는 WHO 연간 예산의 15%에 이르는 규모다.
그런데 이번 WHO 세계보건총회에서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특별초청으로 화상 연설을 하게 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WHO에 2조4000억원에 이르는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향후 4년 간 WHO 지원을 끊어도 WHO는 중국이 선사하는 2조4000억원으로 미국발 부족분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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