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책銀 기업 구조조정 `진땀`…시중銀 `뒷짐`
입력 2020-05-21 17:36  | 수정 2020-05-21 23:19
코로나19발 충격 극복을 위해 정부가 국책은행을 정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간 실적 차이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한계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인 반면, 시중은행은 기존 대출 회수 자제 수준의 제한된 역할만 소화하고 있다. 국책은행들은 여신이 부실화하면 결국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에 역할 확대를 요구하면서 시중은행 '적정 역할'에 대한 논쟁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은 코로나19 국면에 진입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기업 여신을 소화하고 있다. 산은과 수은은 각각 20조원에 달하는 정부 금융 지원 패키지를 담당한다.
실물경제 악화로 기간산업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국책은행들은 불과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3개 기업에 5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산은과 수은이 현재까지 두산중공업·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돈이 총 5조3000억원이다. 위기에 빠진 저비용항공사(LCC) 지원을 위해 산은이 3000억원을 추가로 수혈했다. 두산중공업과 항공업계에만 들어간 돈이 6조원이다.
이 중 일부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부담을 나눌 수 있었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원 긴급한도대출이나 이스타항공 인수대금 지원의 경우 국책은행들은 시중은행의 참여를 호소해왔다. 특히 이스타항공 인수대금은 당초 추진 단계부터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추진됐다. 신디케이트론은 다수 은행이 공동으로 자금을 부담해 일정 금액을 기업에 빌려주는 대출이다.

하지만 17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이스타항공 신디케이트론에 시중은행은 응하지 않았다. 결국 산은과 수은이 각각 1000억원, 7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원 대출을 결정할 당시 산은은 두산중공업 채권은행 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긴급자금 지원 동참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이 1조원은 산은과 수은이 절반씩 부담했다. 이후 추가로 투입된 1조4000억원의 돈도 산은과 수은이 떠안았다. 두산중공업 '채권단'에는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도 대거 포함돼 있다. 우리은행이 2200억원, SC제일은행이 1700억원, NH농협은행이 1200억원을 두산중공업에 빌려줬다. 위기 대응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은의 경우 올해 초부터 이달 14일까지 대출 공급 실적이 2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 7000억원) 대비 62.1% 급증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한계기업에 대출하는 것은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 상장사인 은행들이 무리하게 새 자금을 넣는 것은 향후 배임 문제 등으로 번질 수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