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음주운전 단속, 이제 10초면 끝…"'후' 안 부셔도 됩니다"
입력 2020-05-20 07:42  | 수정 2020-05-27 08:05

"음주 단속 중입니다. 선생님, 에어컨은 잠시 꺼주시고요. 마스크 잠깐 벗어주시고요. '후' 안 부셔도 됩니다."

어제(19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서울 강서구 유흥가 인근의 한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일제 검문식 음주 단속에 응한 어느 운전자가 승용차 창문을 연 채 경찰관을 바라봤습니다.

경찰관이 목적지를 묻자 운전자는 "마곡동"이라고 답했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간 알코올 감지기는 운전자의 입에서 한뼘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아이고, 거의 다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몇 마디 대화가 오간 뒤 경광봉이 전방을 가리키자 승용차는 다시 출발했습니다. 측정에 걸린 시간은 10초가량이었습니다.

경찰은 그제(18일)부터 비접촉식 감지기를 활용한 음주 단속을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기존의 숨을 불어넣어 음주 여부를 측정하는 일제 검문식 단속을 올해 1월 말 중단한 뒤로는 의심되는 운전자만 골라내 선별 단속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1∼4월 음주운전 사고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자 경찰은 새로 개발한 비접촉식 감지기를 써서 일제 단속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비접촉식 감지기는 1m가량 연장이 가능한 지지대에 부착돼 있다. 운전석 창문 너머로 운전자의 입 근처에 갖다 대 음주 여부를 측정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감염 예방을 위해 감지기에 부직포나 비닐을 씌우고 수시로 소독한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신형 감지기를 맞닥뜨린 운전자들은 대체로 생소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안내가 끝나기도 전에 예전 방식대로 강하게 '후' 하고 부는 사람 역시 드물지 않아 경찰관들은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는 설명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감지기가 붉은빛을 내며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경찰관은 이런 운전자에게는 기존의 접촉식 감지기를 내밀고 다시 음주 여부를 측정했습니다.

한 운전자는 감지기가 반응하는 것을 보고 기자들과 카메라가 몰리자 멋쩍게 웃기도 했습니다.

최웅희 강서경찰서 교통과장은 "비접촉식 감지기가 공기 중 알코올을 감지하다 보니 술뿐만 아니라 워셔액이나 손 세정제 성분에도 반응한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접촉식 구형 감지기를 20여개 준비해 '일회용' 재측정에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후 9시 30분부터 11시 40분쯤까지 단속에 응한 운전자 200여명 가운데 10명이 다시 검사를 받았으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최 과장은 "월요일이나 화요일은 주말보다 술을 덜 마시는 편이라 적발 건수가 '0'인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제 단속은 음주운전자를 잡아내기도 하지만 운전자들이 평소에 '단속이 강력하니 술을 마시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예방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신형 감지기 숙련도를 높여 효율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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