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T강국의 대표적폐…文공약에도 `인증서 폐지` 포함
입력 2020-05-19 17:58  | 수정 2020-05-19 21:37
◆ 저무는 공인인증서 시대 ◆
1999년 도입돼 각종 인터넷·모바일 거래의 필수 인증 수단으로 쓰여온 공인인증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공인인증서 제도는 그동안 정보통신(IT) 관련 제도에서 혁신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정책'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공인인증서는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신원이나 문서 위·변조 여부 확인 등을 위해 쓰이는 전자서명의 한 방식이다. 실생활에서 중요한 서류에 인감증명 도장을 찍듯 인터넷·모바일에선 이를 공인인증으로 대체해왔다. 2000~2002년에 금융결제원·코스콤·한국정보인증·한국전자인증·한국무역정보통신 등의 기관이 국가 공인 인증기관으로 지정됐고, 10년 넘게 시장을 독점해왔다. 금융결제원은 인터넷뱅킹 결제, 코스콤은 증권 분야 전산 인프라, 한국무역정보통신은 무역업무 자동화 등 영역을 담당해왔다.
국가가 특정 인증 방식을 지정하자 소비자는 발급·이용 절차가 불편하고 불완전하더라도 이를 사실상 강제로 쓸 수밖에 없었다. 발급 절차가 까다롭고 1년 기한이 끝나면 갱신하거나 재발급받아야 하는 등 이용이 번거롭더라도 '국가 공인'이라는 제도 탓에 새롭고 편리한 인증 기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특히 공인인증서와 짝지어 사용돼온 액티브X는 사용자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했다. 액티브X란 공인인증을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했던 플러그인 기술의 하나인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 플러그인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액티브X로 가장한 각종 악성코드가 퍼졌다. 해커들이 액티브X로 오인할 만한 유사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등 보안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가 화두로 떠오른 건 2014년 초 '천송이 코트'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류 열풍으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천송이'의 패션 스타일이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인 구매자가 천송이 코트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하려 해도 액티브X 설치, 공인인증서 발급 등 장벽에 막혀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이 일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공인인증서 퇴출에 힘이 실렸다.
이후 문재인정부는 공인인증서 전면 폐지를 대통령 선거 공약에 포함시키며 정책을 추진해왔다. 불필요한 인증 절차를 없애는 동시에 모든 인증서가 시장에서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어 2018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발의했다.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던 개정안은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서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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