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체모 감정이 유력 증거"…재판부, 이춘재 8차 사건 현장체모 2점 압수 용인
입력 2020-05-19 15:15  | 수정 2020-05-26 15:38

'진범 논란'을 빚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담당 재판부가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이춘재 8차 사건 현장 체모 2점에 대한 압수를 허락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 부장판사)는 19일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첫 공판을 열어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서 보관 중인 이춘재 8차 사건 현장 체모 2점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12월 검찰과 경찰이 청구했다 법원에서 기각된 체모 2점에 대한 강제 수사를 용인한 것이다. 당시 법원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고, 재심 절차가 진행중인 점 등을 근거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종전(과거) 재판에서도 체모 감정이 유력한 증거였고, 재심 청구인인 피고인 측의 주장을 고려하면 체모에 대한 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법원으로 부터 압수영장을 받은 검찰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체모 2점과 재심청구인 윤모씨(53)씨의 체모를 확보해 압수 조서와 함께 다음 재판때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후 감정기관을 선정해 검찰이 제출한 압수물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체모 감정 결과를 통해서 윤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시 현장 체모조차도 바꿔치기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데, 감정 결과에 따라 현장 체모 조작까지도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체모가 윤씨의 것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와도 이에 대한 조작 여부를 확인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게 윤씨 측 입장이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는 '증인으로 출석해서 진실을 밝히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법정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그는 '피해자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저를 위해서라도 이것은(진범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11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8차 사건의 재심이 청구됐으며, 본인이 증인으로 신청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뒤 법정에 증인으로 설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윤씨는 범인으로 검거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5일 열린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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