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미국, WHO 탈퇴할 수도" 엄포…중국의 코로나 국제 지원책 맞불
입력 2020-05-19 13:42  | 수정 2020-05-20 15:37

중국과 코로나바이러스19팬데믹(COVID-19 전세계 대유행)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며 WHO압박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 회원국 탈퇴와 더불어 기여금 납부를 영구 중단할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지난 달 WHO가 '중국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WHO 기여금 납부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데 이은 조치다. 탈퇴 압박은 같은 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사회 피해에 대해 20억 달러 지원 약속을 한 데 대한 백악관의 반발과 함께 나왔다.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30일 내에 WHO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등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나는 기여금 영구 동결(납부 중단)과 더불어 미국의 회원국 지위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면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를 직접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해온 것처럼 WHO의 중국 편향성 문제를 지적했다. 대통령은 편지에서 "지난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에서 유행할 때 그로 할렘 브룬틀란 당시 사무총장은 WHO차원에서 즉시 중국 여행 제한을 언급하면서 눈치보지 않고 중국 측 (부실)대응을 지적했다"면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난 해 말 중국 측 늑장 보고와 올해 1월 이후 WHO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날짜 별로 나열하면서 "나는 미국인의 세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WHO 탈퇴 압박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8일 개막한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WHO 최고의사결정기구) 화상회의 연설을 통해 "중국은 앞으로 2년 동안 총 20억 달러 규모 국제 원조를 할 것"이라면서 "특히 개발도상국의 방역투쟁과 경제사회 회복발전 지원에 쓸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WHA연설도 하지 않았다. 시 주석 개막 연설에 대해 같은 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존 울리엇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중국의 지원 약속은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을 묻는 요구로부터 주의를 분산하려는 징표"라면서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국제 사회에 경고해야 하는 국제보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원국으로서 지원을 더 많이 해야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1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늘 나는 미국이 WHO에 매년 내는 5억 달러 자금 지원(기여금 납부)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심각하게 잘못 관리한 후 이를 덮으려 든 WHO의 역할을 평가 중이며 그 평가 기간은 60~90일이 걸릴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또 당시 "WHO는 중국을 찬양해왔다"면서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해 WHO에 계속 관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 권한 상 국제기구 기여금 납부를 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대표적으로 1974년 제정된 '의회예산 및 지출거부통제법'(Congressional Budget and Impoundment Control Act)을 들 수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가 승인한 (WHO기여금 등)기금 집행을 중단할 수 있는데 중단 후 45일 안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의회가 45일 안에 대통령 결정을 승인하지 않으면 기금은 원래대로 정상 가동된다. WHO에 따르면 회원국 기여금 중 미국이 22.0%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중국 12.0%, 일본 8.6%, 독일 6.1% 순이다. WHO의 2020~2021년 예산은 약 48억달러다.
중국에서는 시 주석이 지난 3월 10일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민이 승리했다'고 선언한 후 외무부를 통해 발원국 논란을 일으키면서 유럽 선진국과 중남미·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 대해 코로나 원조 외교를 펼쳐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왔다. 정부 차원에서 뿐 아니라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을 동원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고향인 에티오피아 등지에 마스크 등 의료 용품을 원조하고 유럽에 대해서는 판매 수출에도 나섰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유럽,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스페인 등에서 중국산 저질 진단키트 문제가 불거졌고 이어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각 국 정상이 나서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각 국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중국 측은 별다른 호응이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WHO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오는 11월 대선 재선을 의식한 정치적 전략 차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와 금융 등 여러 부문에서 중국을 전방위 겨냥하고 있다. 다만 미국 뿐 아니라 독일과 인도에서도 코로나19사태 이후 국가 안보 상 이유를 폭넓게 적용해 중국 자본이 자국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외국 자본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등 중국 견제에 나섰다. 영국 정보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신 후 중국과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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