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0대 택배기사, 출고 물량 늘자 전업주부 아내를…
입력 2020-05-19 09:24  | 수정 2020-05-19 10:06
경기도 광주에서 함께 택배일을 하고 있는 최한민(사진 오른쪽), 장민숙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CJ대한통운]

올해 6년차 택배기사 최한민(43)씨는 배송 작업 외 개인영업 실적이 높아지고 거래처들의 출고 물량이 늘어나자 2년 전부터 아내 장민숙(38)씨와 택배일을 함께 하고 있다.
전업주부였던 아내 장씨는 남편의 일손을 돕고자 시작했으나, 현재는 남편과 각자 차량을 몰며 집배송 작업을 하고 있다. 최씨 부부가 영업한 다양한 거래처들 중 최근 불어든 요가 열풍으로 요가 의류 거래처의 출고량이 과거 대비 60배 이상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수입 또한 높아졌다. 최씨는 "세 자녀에게 들어가는 교육비가 만만치 않은데, 아내와 함께 일하며 추가 거래처를 확보하고 가구 수입이 높아지면서 가정에서나 일터에서나 안정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부부의 날을 맞아 택배기사들의 배송 형태를 분석한 결과 1225쌍(2450명, 전체의 13.6%)이 부부 택배기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전국 1만 8000명 중 가족 단위 택배기사는 총 3498명으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했다. 이 중 부부 비중은 70%로 지난해 1155쌍 대비 70쌍 증가(6%)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외 부모자녀 관계 367명(10.5%), 형제·남매 426명(12.2%), 기타 친인척 포함 가족 255명(7.3%)으로 분석됐다.
작업형식 또한 다양하게 나타났다. 동일 구역을 가족과 함께 배송하는 '동행 배송' 형태는 2042명(58.4%)으로 조사됐으며, 각각 다른 구역을 전담하는 '각자 배송' 형태는 1369명(39.1%)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신도시, 물류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증가한 물량을 배송 전담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추가 고용하는 대신 가족 구성원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 외 영업관리 및 거래처 출고 물량을 확보하는 '집화 전담' 형태, 물량이 가장 많은 화요일만 분담하거나 분류도우미, 사무관리 등 집배송 업무를 보조하는 형태 등 기타 방식은 87명(2.5%)으로 집계됐다.

가족 단위 택배기사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택배업이 '일손을 도와야 하는 일'에서 '가족에게 추천하는 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배송상품이 소형화되고 자동화 설비, 어플리케이션 등의 기술 도입으로 작업 효율성과 수입이 높아짐과 동시에 배송량, 작업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가족들에게 추천하는 직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안정성'이 꼽힌다. 지속적인 택배 물량 증가와 함께 작업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운영 안정성, 경제적 안정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실제 다른 업종에서 근무하던 아버지와 형, 동생을 택배기사로 영입한 서울 강동구의 집배점장 전우태씨는 "대규모 재건축을 앞둔 상일동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안정적인 집배점 운영에 가장 필요한 팀워크와 소통을 발휘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 최한민씨도 "아내와 함께 일하며 영업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고 수입이 높아지면서 가정적,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로 손발이 묶인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기본생활을 제공하는 직업이라는 자긍심까지 생기면서 더욱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종사자, 고객들로부터 택배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택배기사 또한 가족, 자녀에게 추천하는 자긍심 높은 직업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며 "택배산업이 국민 일상생활의 안정과 즐거움을 이끌며 생활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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