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장전입하면 20만원 더?…이상한 재난지원금 셈법
입력 2020-05-19 08:48  | 수정 2020-05-26 09: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있어서 직장 부근에 주소만 옮겨놓은 이른바 '위장전입' 공무원들이 의도치 않는 '부당이득'을 보게 됐습니다.


가족과 함께 주소가 돼 있으면 최고 100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1인 가구'로 간주 돼 별도로 지원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타 시·도에서 출퇴근하면서 주소를 옮긴 공기업 직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14조 원가량의 재난지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공직 내부에서부터 혈세가 줄줄 새는 현상이 확인된 것입니다.

오늘(19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은 주소지를 기준으로 지급하지만, 가족이라도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두고 혼자 사는 건강보험 가입자는 별도 가구로 분류돼 따로 지원금을 받습니다.


정부가 홀로 사는 노인이나 청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마련한 보완책입니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위장전입 공무원들이 함께 누리고 있습니다.

공무원 수 700여명인 충북의 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7분의 1에 해당하는 100여명이 직장 부근 원룸이나 지인 집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둔 1인 가구입니다.


'인구 절벽'에 내몰린 자치단체가 이들의 관내 전입을 강력히 유도한 결과입니다. 관내에 거주하지 않을 경우 인사 등에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 등이 여러 번 나왔습니다.

충북도와 '남부3군'으로 불리는 보은·옥천·영동군도 인구 하한선 미달로 국회의원 독립 선거구 유지에 비상이 걸렸던 2015년 공무원·대학생·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주소 이전 운동을 펼쳤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직장 주변으로 주소를 옮긴 공무원이 많지만, 실제로 이들이 거주지까지 옮긴 것은 아닙니다.

자녀 교육이나 생활 편의 등을 이유로 가족과 함께 도시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현재 재난지원금 지급은 배우자와 맞벌이하면서 건강보험료를 따로 낸다면 별도 수령이 가능합니다. 위장전입이라도 따로 구분이 안 됩니다.

재난지원금은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이상 가구 100만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부부 공무원(2인 가구)이라면 60만 원을 받는 게 원칙이지만, 주소가 다를 경우 각각 40만 원씩 총 80만 원을 받게 됩니다.

자녀가 있더라도 주소를 따로 둔 경우라면 남들보다 20만 원을 더 받는 것입니다.

노인이나 청년이 아닌 위장전입 공무원이 이런 혜택을 누린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청주에 사는 5인 가구의 한 시민은 "아내가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데, 주소를 옮겨가지는 않았다"면서 "아내가 주소를 옮겼다면 140만 원을 받았겠지만, 100만 원만 받는 게 불합리하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선영 사무처장은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혼, 별거 등 세심한 부분까지 생각했어야 한다"며 "악용 의도는 없었겠지만, 위장전입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환급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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