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전자 맥못춰도…펄펄나는 반도체펀드
입력 2020-05-17 18:21  | 수정 2020-05-17 20:19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집중된 삼성전자가 지난달부터 주가가 계속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보기술(IT)펀드와 반도체펀드는 코스피 대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외국인 매도로 인해 주가가 힘을 못 받는 상황에서 중소형주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펼치자 반도체 소재 및 부품주들이 담겨 있는 IT·반도체펀드들이 빛을 본 것이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IT펀드의 수익률은 최근 한 달간 7.28%를 기록했다. 한 달간 삼성전자 주가가 2.3% 하락하고 코스피200이 2.3% 오른 것과 비교해 우수한 성과를 펼친 것이다. IT펀드의 양호한 수익률의 원인은 삼성전자가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승폭이 작았던 삼성전자의 비중이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작은 반면 오히려 '언택트주'라고 불리는 소프트웨어, 커뮤니케이션, 핀테크 업종이 많이 담겨 있다.
가령 최근 한 달간 23.6%가 오른 TIGER소프트웨어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대형주 중에서 수익률이 가장 돋보인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의 비중이 72%를 차지한다.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ETF 역시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의 비중이 70%다.
올 3월부터 계속 외국인들이 이머징 마켓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들은 주가에 타격이 있었지만 외국인 비중이 처음부터 작아수급에 영향을 덜 받는 코스닥, 중소형주 위주의 상승이 계속되어 온 점도 IT펀드의 수익률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ODEX 반도체 ETF는 이달 들어 7.9% 상승했는데 이 ETF에 삼성전자는 담겨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외 다른 사업부문의 비중도 상당해 KRX 반도체 지수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원익IPS, 고영, 리노공업 등의 코스닥 종목들이 들어가 있어 코스닥 상승장에서 펀드 수익률 회복이 빨랐다. 신한BNPP뉴그로스 중소형주 펀드 역시 IT 관련 중소형주들에 집중 투자해 한 달간 11.15% 수익률을 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소재 및 장비주들이 오른 것은 설비투자 급증보다는 중소형주 주도 장세가 펼쳐지면서 소재·장비주들이 같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 반도체 업황이 역성장으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D램 현물가격이 내려가면서 고정가격이 약세로 반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나오는 와중이라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다소 옅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IT펀드 간의 투자수익률 디커플링은 외국인 순매도가 진정되지 않는 이상 계속 나타날 전망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20영업일 동안 6거래일을 제외하고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예상 대비 부진한 반도체 수급의 영향으로 인해 기간 조정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당분간은 반도체 대형주가 아닌 업종 내 방향성이 잡혀 있는 반도체 소재와 부품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 공정 장비 증설 효과로 올 2분기 후반부터는 소재·부품 기업의 출하량 증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올 4분기 업황 부진을 선반영한 상태라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면 삼성전자도 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자들의 IT 지출 역시 주춤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 정상화가 되면 원래 올 하반기 기대됐던 상승 사이클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며 "올해 숨고르기 조정을 거친 내년 D램 시장은 30% 이상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