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ETN 괴리율 심할땐 조기청산도 가능
입력 2020-05-17 18:18  | 수정 2020-05-17 20:23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채권(ETN)에 제동을 걸면서 투기 수요 차단에 나섰다. 주식·채권에 분산투자를 하면서도 편리하게 소액투자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경제위기의 변동성 장세를 틈타 소액투기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1배수를 추종하는 ETF·ETN은 장려하되 2배수를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에는 전문 투자자에 상당하는 '허들'을 만들고 신용거래도 금지하는 이유다. 다만 금융당국이 ETF·ETN은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넘는 인기 상품으로 건전한 시장 수요도 많은 만큼 보다 다양한 지수 추종을 허용해 시장 기능을 강화하고 괴리율과 조기 청산 관리 방안을 새롭게 도입해 시장 불확실성을 줄일 계획이다.
17일 금융위원회의 ETF·ETN 건전화 방안에 따르면 시장에서 계좌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 반해 실제 거래는 2배수 추종 상품에만 집중되는 급격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고객 계좌 수가 급증하며 투자금이 밀려들어오는 데 반해 거래량은 레버리지 상품에만 집중되고 있다. ETF 고객 계좌 수는 올해 1월 26만8000개에서 지난달에는 79만9000개까지 확대됐다. ETN은 1월 2만8000개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 23만8000개로 8배 이상 증가했다. ETF와 ETN의 투자금에 해당하는 시가총액은 이달 7일을 기준으로 ETF가 46조2000억원, ETN이 7조4000억원이다. 이 중 변동에 따라 2배의 차익 또는 손실을 볼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 비중은 약 17.7%로 9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체 ETF·ETN 시장의 거래량 비중은 레버리지 상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ETF는 1월 38.1%에서 3월부터 65%에 육박하고 있다. ETN은 더욱 심각하다. 1월 78.3%에서 지난달 96.2%까지 상승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레버리지는 시장 변화의 2배로 손익이 동반되는데 변동성이 큰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량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연초부터 신규 개인 소액 투자자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전문 투자자에 준하는 예탁금 및 사전교육을 비롯해 신용거래 제한 등의 건전화 방안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레버리지뿐만 아니라 일부 ETN 상품은 괴리율 증가로 손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은 원유 상품은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 62억원에서 이달 들어 2667억원으로 43배나 급증하는 등 비이성적인 시장이 됐다. 급격한 수요 증가는 유동성 공급 문제로 이어지며 상품이 내재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괴리율은 원유 ETN 상품 4종을 기준으로 93.3~289%에 달한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거래소와 함께 시장관리 기능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는 괴리율 30% 기준도 6~12%로 확대하고, 발행사에 유동성 공급 물량 확보 의무를 비롯해 투자자보호가 필요하면 ETN에 대해 내재가치로 청산할 수 있는 조기청산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조기 청산이 필요하면 거래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예탁금 1000만원 규제를 놓고 "여파가 상당히 클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서 주식워런트증권(ELW) 진입장벽을 높이자 과열 국면은 해소됐지만,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한국에서 ELW를 거래하던 투자자들이 홍콩, 싱가포르 거래소 내지는 불법 거래소로 넘어가면서 해외 시장 배만 불렸고 이번 레버리지 ETP 규제도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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