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 역발상…우리금융, 자본·자산 늘린다
입력 2020-05-17 18:08  | 수정 2020-05-17 23:23
우리금융이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자본을 늘리고 위험자산 평가 방식도 바꿔 대출 여력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서 타 금융지주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사업 포트폴리오도 강화할 방침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며 향후 적극적인 공격경영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1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자본은 최근 1년 새 3조6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잇달아 발행하면서 자본 여력을 대폭 늘렸다. 우리금융은 이에 더해 이번주 중에 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개최해 금감원에 내부등급법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내부등급법은 금융지주사의 위험자산 평가 방식 중 하나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리스크로 위험가중자산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체 업종 평균 리스크를 감안하는 표준등급법과 구별된다. 내부등급법을 쓰면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이 2%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BIS 비율이 높아지면 금융회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과 M&A를 통해 자산을 늘릴 여력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손태승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가 내부등급법 승인"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나 기업들을 위해 대출을 늘리는 등 자산의 효과적 배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금융보다 먼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KB국민·신한·하나금융은 모두 내부등급법 적용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에 대해 지난달 현장실사를 마쳤다. 이달 들어 우리금융은 금감원 지적사항에 대해 보완 작업 중이다. 이후 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 논의를 거쳐 금감원에 정식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현장실사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나오지 않은 데다 우리금융 이사회 결의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승인 신청은 곧바로 이뤄질 것"이라며 "신청 이후 외부 자문위원이 포함된 감독원 승인심사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지난 3월 말 현재 BIS 비율은 11.89%로, 금감원의 권고 하한선은 11.5%다. 3월 말 우리금융 자본이 25조8000억원이기 때문에 위험가중자산은 217조원으로 추정된다. 오는 6월 내부등급법이 적용돼 BIS 비율이 2%포인트 정도 올라가면 위험가중자산을 6조원 늘려도 금감원의 권고 기준에 맞출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금융은 이 같은 실탄을 담보로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이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증권사나 보험사가 없다.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이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의 M&A 1순위는 증권사다. 증권사들은 은행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게 나오는 등 M&A 이후 수익성을 높이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M&A 후보로 교보증권이나 유안타증권 등 중견 증권사가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자본은 작년 3월 말 22조2000억원에서 올 3월 말 현재 25조805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편 손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강화를 계기로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여 향후 수익성도 높일 방침이다.
손 회장은 지난 15일 그룹 디지털 비전인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지털(Digital for Better Life)'을 선포하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바람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넥스트 노멀(새 표준)이 됐다"며 "지금이 디지털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디지털 혁신 10대 과제를 선정하고, 전산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에 그룹 공동 클라우드를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손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그 산하에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총괄장으로 한 '디지털혁신총괄'을 두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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