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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 버틴 대기업…고용 유지하고 인건비 줄였다
입력 2020-05-17 17:49  | 수정 2020-05-17 22:04
◆ 시총 30대 기업 인건비 ◆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덮친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의 역성장 속에서도 국내 대기업들은 고용을 줄이지 않고 버텨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쌓아둔 사내유보금을 풀고 인건비 지출을 줄이면서 고용을 유지했지만 당장 2분기부터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4%를 기록해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매일경제신문은 17일 시가총액 상위 3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고용 현황을 분석했다. 고용 규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친 숫자다.
분석 결과 대기업 30곳 가운데 20곳은 지난해 1분기보다 오히려 고용을 늘렸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경기가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와 고용을 대폭 늘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대표 바이오 기업, 네이버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 LG화학·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 등 고성장 산업 또한 인력 규모를 늘렸다. 심지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과 같은 정유사 또한 지난해부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실적 부진에 빠졌지만 고용을 늘려 주목을 끌었다. 이 결과 지난 1분기 대기업이 고용한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1.78% 늘었다. 전체 근로자 수로 보면 47만3095명에 이른다. 그렇다고 대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을 줄이지는 않았다.
다만 대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하면서 급여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지난 1분기 대기업 근로자 급여는 전년 동기 대비 5.34% 줄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경기 변동에 민감한 분야일수록 급여 지출을 적극적으로 줄였다.
30대 대기업 가운데 11곳은 지난 1분기 급여 지출을 줄였다. 대부분 기업이 전년도 성과급을 1분기에 지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 1분기 급여 지출 감소는 지난해 실적 부진의 여파도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IT 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 19곳은 급여 지출을 지난해보다 늘렸다. 특히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산업 전망이 최악에 빠져 있지만 같은 기간 급여 지출이 늘어 눈에 띄었다. 또한 대기업들은 그동안 쌓아둔 현금으로 지난 1분기를 버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업들이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둔 자금으로, 회계학 용어로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말한다. 현금성자산은 현금 전환이 용이한 금융 상품으로 취득 당시 만기가 3개월 이내인 경우를 말한다. 지난 1분기 대기업들은 그동안 쌓아둔 현금을 활용해 고용을 유지하면서 실적 악화에 대비해온 것이다. 지난 1분기 30대 대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26조7658억원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9% 줄었다. 금액으로는 1조8283억원 축소됐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이 같은 고용 유지 전략을 언제까지 끌고 갈지는 미지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07% 하락할 전망이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혜 업종과 피해 업종 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내수 경기는 5월 추가경정예산 효과와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완만한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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