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빈살만 76억달러 폭풍쇼핑...버핏은 골드만도 팔았다
입력 2020-05-17 15:28  | 수정 2020-05-24 16:07

코로나19 타격으로 미국 대형 우량기업들의 주식이 급락하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76억달러 가량을 주식 쇼핑에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반면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항공사 지분을 전량 매각한 데 이어 골드만삭스 주식도 대부분 매각하며 금융주 정리에 돌입했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공공투자펀드(PIF)는 올해 1분기 미국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75억9450만달러(약 9조3640억원) 더 늘어났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분기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3월 31일 종가 기준 PIF가 보유한 미 주식은 24종목 97억7720만달러(약 12조원)에 달했다. PIF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소유주로, 보유 자산 규모가 3000억달러(약 3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PIF가 올해 1분기 보유한 미 주식 종목 수는 지난해보다 12배 늘었고, 지분 가치는 5배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PIF가 SEC에 보고한 지분 보유 기업은 테슬라, 우버 두 기업 뿐이었다. 보유 총액도 21억8270만달러(약 2조6913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타격으로 미국 주요 우량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자 PIF가 이를 기회 삼아 지분을 매입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분석했다.

PIF는 올해 1분기 다양한 분야의 기업 지분을 사들였다. PIF는 3월 31일 종가 기준으로 보잉(7억1370만 달러), 시티그룹(5억2200만 달러), 페이스북(5억2220만 달러), 매리어트(5억1393만 달러), 월트디즈니(4억9580만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4억8760만 달러) 주식을 구입했다. 호텔체인 매리엇, 제약업체 화이자, 스타벅스 등의 지분도 사들였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인 에너지 분야의 지분도 늘렸다. BP(8억2780만 달러), 토탈(2억2230만 달러), 로열더치셸(4억8360만 달러)의 미국예탁증권(ADR)과 캐나다 오일샌드 회사 선코에너지(4억8110만 달러) 주식도 1분기에 매입했다.
사우디는 최근 코로나19에 유가 급락까지 겹쳐 수십년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으며 그 어느때보다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해외 유망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투자 성과는 현재로선 좋지 않다. 보잉의 주가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월 초 340달러대에서 최근 120달러 대로 폭락했다. 시티그룹 주가도 같은 기간 70달러 후반대에서 40달러 초반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사우디는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 회복을 기대하며 주식 추가 구매를 위해 차익 대출까지 알아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PIF가 투자은행들에게 사우디 비젼펀드가 기존에 진행해 온 투자들을 담보로 100억달러 상당의 대출을 확보해 해외 우량주식 매입에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16일 전했다.
반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보유지분을 대부분 팔아치웠다고 미 언론들은 16일 보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3월 말 기준 골드만삭스 보유지분의 약 84%를 매각했다고 SEC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버크셔 해서웨이의 골드만삭스 보유지분은 작년 말 1200만주에서 3월 말 190만주로 감소했다. 시장가격으로는 약 28억 달러(3조4천억원)에서 약 3억 달러(3천700억 원)로 줄어들었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골드만삭스 지분은 전체지분 기존 3.5%에서 0.6% 수준으로 내려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골드만삭스 지분을 매입하면서 주요 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골드만삭스 주가가 1분기에 33% 떨어진 가운데 주가 하락세가 시작된 이후 지분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지분매각은 버핏이 그동안 선호했던 은행주 비중을 줄이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JP모건체이스 지분도 약 3% 줄였다. 다만 웰스파고 지분에는 변동이 없었다.
앞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4대 항공주를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타격으로 당분간 항공업계가 고전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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