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다시 문연 美테슬라 공장 가보니...주문 밀려 24시간 풀가동
입력 2020-05-17 13:30  | 수정 2020-05-24 13:37
실리콘밸리에 있는 도시 프리몬트(Fremont)에 있는 테슬라 공장의 주차장 내부. 직원들의 차량으로 꽉 들어찬 모습이다. <프리몬트/신현규 특파원>

'미국이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의 북쪽에 위치한 도시 프리몬트. 테슬라의 유일한 미국 공장인 이 곳에서는 약 15분 마다 한대씩 테슬라 완제품들을 실은 운송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고속도로로 치닫고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문을 닫았던 '잃어버린 2개월'을 만회하려는 듯 선적장에는 완성된 차가 나오자 마자 트럭에 올라가기 바빴다. 삼엄한 경비 속에 운송기사들은 갓 생산된 따끈따끈한 차량들을 싣자마자 도로를 향해 내달렸다. 선적장에 주차된 완성차는 불과 십여대 뿐. 만들어 지자 마자 바로 배달되는 모습과 경비원들의 분주한 발걸음 속에서 테슬라가 얼마나 차량생산과 배송을 위해 서두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소를 이동하여 찾은 테슬라 공장 직원용 주차장에는 차를 댈 곳을 찾기 어려웠다. 공장에 출근한 직원들의 차량들이 가득차 있었기 때문. 셔틀버스도 20분 마다 한대씩 지나다니고 있었고 탑승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널찍한 간격으로 줄을 서 있었다. 이 공장에는 모두 1만명 가량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통해 보면 테슬라 공장 주차장에는 약 6000대 가량의 주차공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공간이 거의 가득차 있었고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총 수용인원의 최소 70% 가량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보기 힘들었던 광경이다.
현재 이 곳 공장은 교대근무를 통해 24시간 체제로 풀가동되고 있다. 한국 등 주요 지역에서 테슬라 차량에 대한 인기가 폭발하면서 이곳 공장에서 생산해야 하는 주문들은 현재 매우 밀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테슬라 차량들은 모두 이 곳에서 생산되는데, 이제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했으니 국내 수입 물량도 서서히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프리몬트 공장은 연간 35만대 정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 약 1000대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셈인데, 완제품이 운송트럭에 실려서 나가는 속도로 보아서는 아직 이런 최대속도까지 올라가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은 11일 부터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했으나 관할 구청에서 보건이슈 때문에 공장 가동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회사 측과 마찰을 빚었다. 일런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공장을 가동한다"며 "잡아가려면 나 혼자 잡아가라"고 정면돌파를 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2010년 도요타-GM의 합작회사로 부터 4200만 달러(약 500억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인 이 공장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유일한 자동차공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테슬라 공장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셧다운 조치를 풀고 이제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32개주가 16일(현지시간) 현재 경제활동 정상화에 착수했다. 뉴욕주 등 11개주는 일부 지역에 한정해 셧다운을 해제했고 메사추세츠주 등 4개주는 이번 주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비필수 사업장 셧다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일리노이주·미시간주·뉴저지주·델라웨어주 등 4곳과 워싱턴DC 등에 그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메릴랜드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조건 하에 15일부터 미용실과 식당을 포함한 모든 소매 상점 영업과 공장 가동을 허용했다. 오레건주는 술집도 문을 열었지만 영업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했고, 테네시주는 22일부터 극장과 놀이공원 개장도 허용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주의 마라라고 리조트도 16일 조용히 문을 열었다고 NYT가 전했다.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실업률(지난달 16.4%)이 감소할 거란 기대감이 있는 반면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실제 셧다운 해제에 앞장 섰던 텍사스주는 이날 하루에 1801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일일 기준 가장 많은 숫자다. 또 경제활동 정상화를 시작한 주 가운데 애리조나주·오레건주·앨러바마주·노스다코타주 등 4개주는 오히려 지난 일주일새 신규 감염자가 전주보다 증가했거나 양성판정자 비중이 더 늘었다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감염자 확산추세가 꺾인 것은 맞지만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면 언제 어디서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전체 미국 인구의 3% 수준에 그친다. 하버드대 국제보건연구소는 각 주가 셧다운을 해제하려면 하루 평균 인구 10만명당 152명 꼴로 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으나 이 같은 권장치를 충족한 주는 50개주 가운데 9곳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여야는 4차 경기부양책을 놓고 당파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원은 지난 15일 민주당이 입안한 3조 달러 규모의 이른바 '히어로즈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08표, 반대 199표로 통과시켰다. 주정부 재정 지원, 필수업종 근로자 위험수당 지급, 가구당 최대 6000달러의 2차 현금 지원 등이 골자다. 하지만 백악관과 공화당이 이미 추가 부양의 시기와 내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여서 상원 부결이 확실시된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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