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판데믹에 美항공주 전량 매도한 `투자의 귀재` 버핏, 이번엔 금융주 팔았다
입력 2020-05-15 17:36  | 수정 2020-05-16 18:37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에 따른 경제 위기 불안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떠도는 가운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9)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금융주 200억원 어치를 내다팔면서 시장 눈길을 끌고 있다.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버핏 회장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미국 4대 주요 항공사 주식을 최근 전부 손절매한 데 이어 금융주 매각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거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금융전문지 배런스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 11~12일 이틀에 걸쳐 US뱅코프 주식 49만 7786주를 매도했다고 13일(현지시간) 전했다. 버크셔는 이같은 주식 매도 사실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근 제출했다. 제출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US뱅코프 주식 49만 7786주를 총1630만 달러(약 200억원) 정도에 팔았고, 남은 US뱅코프 주식은 1억5050만 주다. US뱅코프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본부를 둔 미국 최대 지역 은행이다.
버크셔가 US뱅코프 주식을 매각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버핏 회장이 올해 2~4월 델타항공 등 항공사 주식을 부분 매수·매도하다가 결국 전량 매도한 만큼 금융주 추가 매각에 나설지가 시장 관심사다. 버크셔는 US뱅코프 뿐 아니라 미국 4대 은행에 속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최대 주주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에도 투자해왔다. 금융주는 최근 등락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항공주, 에너지주와 더불어 코로나 사태 탓에 하락 폭이 큰 분야로 꼽힌다.
버핏 회장은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 주식을 까다롭게 선별해 사들인 후 좀처럼 팔지 않고 장기 보유하는 보수적인 투자방식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장이 어떤 주식을 사고 파는 지 하나 하나가 관심사다. 앞서 2일 코로나사태 탓에 온라인으로 열린 버크셔 연례주주총회에서 회장은 회사가 보유한 미국 4대 주요 항공사(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고 이후 뉴욕 증시에서 해당 기업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당시 버크셔는 '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1~3월) 회사가 497억 4600만 달러 (약 60조 8891억원) 순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 탓에 버크셔가 대거 투자한 금융·항공·에너지 분야 기업이 고전한 결과다. 지난 4월 15일 버크셔는 석유·셰일업체 옥시덴탈페트롤리움으로부터 현금 배당을 받는 대신 2억 달러 규모 보통 주를 발행받기로 했는데 이는 옥시덴탈이 버크셔에 지급해야할 1분기 우선주 배당금에서 10%낮춘 금액이고, 당시 옥시덴탈 주식은 연초 대비 68%폭락한 상태였다.
버핏 회장이 코로나사태 이후 주식을 팔아 나온 돈을 어떻게 활용할 지도 관심사다. 앞서 온라인 주총 당시 버크셔가 공개한 올해 1분기 회사 보유 현금성 자산·단기 투자금은 1373억 달러로 직전 분기인 2019년 4분기(1280억 달러)보다 93억 달러 늘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하면 231억 3000만 달러 늘어난 액수였다. 같은 날 버핏 회장은 "미국 경제의 회복 마법을 믿지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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