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골반 지지 약해져 생기는 골반장기탈출증, 로봇수술로 회복기간↓ 삶의 질↑
입력 2020-05-15 16:47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교수가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을 하고있다.

50대 여성 이모 씨는 30대 중반 출산 이후부터 조금씩 사타구니 아래로 뭔가 튀어나온 느낌이 들었지만 병원에 방문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증세가 점점 더 심각해진 이 씨는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화장실을 자주 다녀와도 자꾸 잔뇨감이 남아 병원을 찾았다가 '골반장기탈출증'중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자궁탈출증 3기'를 진단받았다. 50대로 젊고 활동이 많은 데다 복부비만이 있어 재발 고위험군에 속한 이 씨는 복부 흉터를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을 원해서 로봇수술을 선택했다. 5월초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 씨는 수술흉터도 거의 없고 회복도 빨라 수술 후 이틀 만에 퇴원해 일상으로 돌아가 직장에 나갈 수 있었다.
여성 골반장기를 지지하고 있는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면서 장기가 아래쪽으로 쏠려 빠져나오는 골반장기탈출증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확률이 높아져 고령화 사회에서 환자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재발률과 재수술 확률이 높은 골반장기탈출증을 로봇수술로 빠르고 세밀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의 회복기간은 짧아지고 삶의 질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는 5월 초 골반장기탈출증 3기를 진단받은 50대 여성을 로봇수술로 치료하면서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 200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달성했다.

자궁탈출증, 방광류 등으로 대표되는 골반장기탈출증은 골반을 받치고 있는 근육이 약해져 자궁이나 방광, 직장 같은 뱃속 장기가 아래쪽으로 쏠려 심한 경우 질 밖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걷는 것과 배뇨 등 일상생활이 불편해져 여성의 삶의 질을 크게 낮춰 골반재건술이 필요하고 특히 재발이 가장 적은 천골질고정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천골질고정술을 주로 개복수술로 치료했지만 흉터가 커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회복이 느리며 재원일수가 길었다. 복강경 수술도 가능하지만 많은 봉합이 필요한 수술법이라 수술 및 마취시간이 4~5시간으로 길며 이 때문에 회복저하, 폐합병증 증가 및 추가적 수술관련 위험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수술로봇이 발달하면서 기존보다 짧은 시간에 꼼꼼한 봉합이 가능해졌고, 신체 내 깊은 곳까지 섬세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배꼽부근에 2.5cm 내외의 구멍 1개만 절개하는 로봇수술은 흉터가 작아 환자 역시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랐으며 재원일수가 짧고 합병증 발생률도 적었다.
이사라 교수가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을 시행한 평균연령 60.6세 환자 200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집도시간 평균 1시간으로 기존 해외에서 보고된 개복수술 3시간 30분, 복강경수술 5시간에 비해 현격히 짧았으며 입원기간은 평균 2일이었다. 특히 재발 위험 높은 30~50대 젊은 환자 92명은 수술 후 재발이 없었으며, 65세 이상 고령 환자 72명도 수술 합병증 없이 일상에 복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골반장기탈출증 중 대표질환인 자궁탈출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2만5942명으로 나타났으며,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사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은 50대 이상 여성이 전체 환자의 88%를 차지할 정도로 연령과 관계가 깊은 질환으로 고령화 사회에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증상을 인지하고 병원을 방문하면 이미 중증인 경우가 많다"며 "골반장기탈출증은 수술후에도 재발이나 재수술 확률이 최대 30%에 달하기 때문에 재발률을 낮출 수 있는 튼튼한 수술법으로 안전하게 수술 받는 것이 중요하다. 풍부한 로봇수술 경험을 쌓아 앞으로도 빠르고 세밀한 수술로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5년 세계 최초로 단일공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 성공을 해외 논문에 보고한 이사라 교수는 2018년 국내 최초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 100례를 달성했다. 또한 2019년 세계 최초로 최신 로봇수술기종인 다빈치SP로 단일공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을 성공하며 수술동영상과 경험을 미국 산부인과 내시경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병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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