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여전히 일본제품 안 사지만…`모동숲`은 불티
입력 2020-05-15 16:37  | 수정 2020-05-22 16:37

지난해 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한 이래 아사히 맥주와 유니클로의 매출은 크게 감소한 반면, '코로나19 특수'를 맞은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의 매출은 급상승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매운동의 여파로 주류·의류 회사 등 일본 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 에디션은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
닌텐도는 지난 3월 20일 모동숲 시리즈를 새로 출시한 후부터 이마트 내 '닌텐도 스위치' 본체와 '타이틀' 판매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7%, 223% 증가하는 등 독보적인 성과를 냈다. 특히 이마트가 지난 4월 '닌텐도 모동숲 에디션' 2400대를 판매할 때는 구매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 같은 판매 실적은 국내 소비자들이 대게 닌텐도 스위치 같은 콘솔 게임기보다 PC 게임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반면 일본의 대표 기업인 맥주·의류 업체들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아사히주류의 매출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은 623억원을 기록했고,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9749억원에 그쳤다. 특히 유니클로는 심각한 매출 감소로 지난해부터 월계점·엔터식스 상봉점·현대백화점 중동점·대구 동성로중앙점·신세계 마산점 등이 줄줄이 영업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닌텐도의 모동숲은 무인도를 개척해 나가는 게임으로, 장시간 집중해야 하거나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점과, 온라인 개학으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게임기 수요가 늘어난 점도 매출 증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통계가 아닌 가격만 보더라도 모동숲의 인기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의 정가는 36만원이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초부터 품귀 현상이 빚어져 인터넷상에서 50만~60만원에 거래된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게임기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들이 대거 가동을 중단한 탓이다.
판매 게시물은 중고나라 등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일본 기업인 닌텐도가 연일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40만명 이상 회원이 가입한 한 닌텐도 스위치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불매는 자유지만 아무래도 시선 때문에 비밀로 하려 한다"는 의견(jiyu****)과 "스트레스 해소수단으로 국내에 대체재가 없어서 사겠다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는 댓글(loes****)이 게재됐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중고 (상품) 구매는 회사에 대해 이익을 주는 행동이 아니다. 게임 회사는 이미 산 게임이 중고로 다시 팔린다고 해서 이익 자체가 돌아가는 부분이 없다"면서 "중고 (상품) 구매를 추천해 드린다"며 나름대로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노 재팬. 불매운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만 안 사는 것인가"라는 의견(true****)과 "독립운동은 목숨 걸고, 촛불 운동은 추운 날 길거리에서 해야 했지만, 불매 운동은 치맥 먹으면서도 할 수 있으니 오래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easi****)이 나왔다.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닌텐도 본사는 호황을 맞아 중국과 동남아 등에 있는 부품 공장과 위탁 조립 회사 등에 올해 2분기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뉴스국 이상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