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포스트 코로나` 보험시장 패러다임 치료에서 `예방`으로
입력 2020-05-15 10:57 
노동현 스코르 글로벌 라이프(SCOR Global Life) 북아시아 대표. [사진 제공 = 김진솔 기자]

세계시장은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발전방향에 대해 담론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글로벌화와 성장 맹신에 대한 제고, 그리고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역할 증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보험시장에서 코로나19 이후 변화는 어떻게 될까?
현재 보험시장의 주요 모델은 사망 혹은 암, 뇌질환, 심장질환 등 중대한 질환이 걸리고 나서야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전염성이 높은 질환 혹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더욱 높아 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같은 만성질환과 감염성 질환은 우리의 생활환경과 패턴, 평소 건강·위생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높은 전염성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관련된 위험이기 때문에 보험으로 보장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와 관련, 15일 노동현 스코르 글로벌 라이프(SCOR Global Life) 북아시아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거시적 관점에서 정체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보험산업은 지속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보험업계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보험산업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물론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어 향후 정부의 역할이 변수로 떠오를 수 있지만, 국민건강보험이 치료에 집중하는 만큼 민간 보험시장은 예방과 관리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보험시장을 재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스코르 글로벌 라이프는 프랑스계 재보험사다.
노 대표의 언급처럼 보험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예방과 건강관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의 질병을 예방·관리해 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건강증진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 즉, 보험의 가치가 '급부'에서 '경험'으로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시도 중의 구체적 하나가 바로 '건강보험'에서 '건강증진형 보험'으로의 전환이다. 그간 국내·외에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출시를 위한 시도는 지속적으로 시도돼왔다. 일본 네오퍼스트 생명 등에서는 건강나이를 보험료에 반영한 상품을 출시했으며, 남아공 디스커버리 보험사의 건강증진 프로그램인 바이탈리티(Vitality)는 해외 여러 보험사를 통해 보급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7년 금융 정책·감독당국에 의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이후 일부 보험사를 통해 건강증진형 보험이 출시됐다.
그러나 대부분 큰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이유는 건강증진형 보험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건강증진 프로그램 외에도 건강증진 노력과 결과에 대한 명확한 보상체계, 그리고 건강상태의 주기적 점검이라는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하는데, 그간 대부분 상품이 걸음걸이 수에 따른 리워드(보상) 제공이라는 단편적인 방식으로만 개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어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코르 글로벌 라이프 한국지점의 솔루션 디자인 팀에서는 현대해상과 1년여간의 상품공동개발을 통해 '건강나이를 적용한 건강증진형 보험'인 '내가지키는 내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건강증진노력에 따른 보상의 차별'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 건강증진형 상품의 특징 중 하나인 건강증진 프로그램, 즉 목표 걸음수 달성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매 5년마다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그 결과인 건강등급에 따라 실제나이가 아닌 건강나이로 보험료를 적용한다. '동일연령=동일보험료'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한 것이다.
[사진 제공 = 현대해상]
특히, 이 상품은 건강증진형 보험 최초로 유병자에게도 가입 문턱을 나췄다. 유병자가 5년간 무사고를 유지할 경우 표준체로 전환시켜 줌으로써 개인의 건강증진노력 정도에 따라 큰 폭으로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 이는 기존 표준체 대비 최소 1.5배 이상의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유병자에게 '건강증진'과 '보험료절감'이라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에 더해 이 상품은 가입자의 건강이 나빠진 경우 건강관리비용을 지급해 건강증진활동을 독려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했다.
이같은 점 때문에 현대해상의 이번 상품은 건강증진형 보험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에 근접하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도 나온다. '건강등급(건강나이)' 및 '무사고 표준체 전환' 등에 대한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난달 손해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점도 시장의 평가를 뒷받침한다.
스코르 글로벌 라이프에서 상품개발을 담당하는 윤재동 이사는 "현대해상과 스코르의 건강증진형 상품솔루션 개발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다양한 건강증진 프로그램, 건강증진 노력·결과에 대한 명확한 보상체계, 그리고 건강상태의 주기적 점검이라는 3요소를 고루 갖추면서도 각 요소간 밸런싱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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