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만 총통, "WHO 사무총장에 돼지고기 음식 환대하고 싶다"
입력 2020-05-14 17:17  | 수정 2020-05-15 17:37
차이잉원 대만 총통, 테드로스 WHO 사무총장

"대만 국민들은 테드로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따뜻하게 환대할 것입니다. 대표 대만음식인 돼지고기 덮밥(루오우판)을 대접하겠습니다."
대만의 WHO 참여 여부가 세계적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최근 WHO 사무총장을 상대로 이 같은 환대의 뜻을 밝혀 눈길을 끈다.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친중파로 비판받고 있는 테드로스 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017년 취임 후 대만을 배척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사왔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을 상대로 억하심정이 쌓였을 법도 한 차이 총통은 그러나 테드로스 사무총장에 대해 시종일관 환대 의지를 내비쳤다.
차이 총통의 해당 발언은 지난 9일 대만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인 유튜버 쿠(Ku) 씨와 인터뷰로 전파됐다.

정식 언론인이 아닌 유튜브 인플루언서와 격의 없는 인터뷰 방식으로 민감한 WHO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노출한 것이다.
차이 총통은 먼저 "WHO가 세계적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쿠 씨의 질의에 대해 "일부 국가가 WHO를 비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WHO가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앞으로 더 개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대만은 WHO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라며 "우리는 WHO를 통해 세계의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다른 나라와 공유할 계획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중국발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입국자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추적·국경 폐쇄 등 조치로 방역에 성공을 거뒀다. 14일 현재 확진자 440명, 사망자는 7명(치사율 1.6%)에 불과하다. 또 우한폐렴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WHO를 상대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대 사람 간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을 가장 먼저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WHO 회원국이 아닌 대만의 이 같은 과학적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팬데믹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대만으로부터 인신 공격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신공격이 제기된 배경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대만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한 그의 발언은 국제사회에 논란을 일으켰다. 대만 외교부도 즉각 강한 불만과 유감을 표했다.
이처럼 현 테드로스 사무총장과 크고 작은 마찰이 있음에도 차이 총통은 유튜버 쿠 씨가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만약 대만을 방문한다면 어떻게 대접을 하겠느냐"고 묻자 "대만인들은 그를 따뜻하게 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만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를 효과적으로 막은 경험이 있는 국가"라며 "사무총장이 온다면 그에게 대만 대표음식인 돼지고기 덮밥(루오루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뜻 단순한 환대 발언으로 들리지만 그 맥락을 들여다보면 각종 전염병 사태에서 대만이 축적한 경험이 WHO를 통해 다른 나라에 제대로 전파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루오루판' 메뉴로 아쉬워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한편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오는 18일부터 이틀 간 시작되는 WHO 세계보건총회에서 비회원국인 대만을 옵서버 자격으로라도 초청하라는 거센 압박을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다.
세계보건총회 옵서버 초청 권한은 전적으로 테드로스 사무총장에 부여된 권한으로,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아직까지 대만을 초청할지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8일 화상 총회 개최 직전까지 테드로스 사무총장을 상대로 대만을 초청하라는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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