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다음 생엔 꽃길만 걷길"…갑질 폭행으로 숨진 경비원 노제
입력 2020-05-14 10:18  | 수정 2020-05-21 11:05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과의 갈등 끝에 사망한 고(故) 최희석 경비원의 노제가 오늘(14일) 엄수됐습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노원구 상계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지낸 뒤 고인이 생전에 근무하던 아파트로 이동해 노제를 치렀습니다.

아파트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운구 차량이 도착하기 전인 이른 새벽부터 10여 명의 주민이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였습니다.

국화꽃과 간단한 음식, 향초가 마련된 분향소에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저씨의 착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갑질 없는 곳에서 평안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추모 메시지가 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차례로 서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분향하고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올렸습니다.

노제는 이날 오전 5시 20분쯤 영정 사진을 든 유족들이 분향소에 도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분위기는 내내 침통했습니다.

최 씨의 여동생은 "우리 오빠가 얼마나 착한데, 아이고 불쌍해", "우리한테 말이라도 하지 그렇게 맞고 있냐. 이런 데서 사람 대우도 못 받고 일하면서…"라며 오열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민들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주민 63살 정옥자 씨는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꺼냈습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보내는 마음 미안하고 아쉽다. 이승의 슬픔과 서러움을 훌훌 벗어버리고, 다시 사는 세상에서는 부디 꽃길만 걷길 바란다"고 적혔습니다.

정 씨는 "당신을 기억하며 당신이 꿈꾸던 '착한 세상'을 가꿔가겠다"는 말로 낭독을 마무리한 뒤 노란 편지지를 태워 하늘로 올려보냈습니다.

경비노동자 최 씨는 이달 10일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집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지난달 주차 문제로 주민 A 씨와 다툰 뒤, A 씨로부터 지속해서 폭행과 폭언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달 말 A 씨를 상해와 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A 씨는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모임'으로부터도 고발당한 상태입니다.

최 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에는 이날 오전 8시까지 33만7천여명이 동의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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