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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극장…포기를 모르는 남자들, 끝까지 채널 고정
입력 2020-05-14 05:00 
롯데자이언츠는 13일 현재 6승 1패로 NC다이노스와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올해 롯데 팬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채널을 절대 돌리면 안 될 것 같다. 밀려도 금세 추격하더니 뒤집는다. 패배 의식에 젖었던 팀은 포기할 줄 모르는 팀이 됐다. 단순히 의욕만 강한 게 아니다.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롯데가 다시 순위표 맨 위에 올랐다. 13일 사직 두산전에서 9회말에 터진 민병헌의 끝내기 홈런으로 10-9 승리를 거뒀다. 6승 1패로 NC와 공동 선두다. 시즌 첫 무득점 패배(고척 삼성전 0-5)를 기록한 키움(6승 2패)이 3위로 내려앉았다.
사직, 창원, 대전 등 세 경기가 끝까지 손에 땀을 쥔 1점 차 접전이었다. 그중 백미는 사직 경기였다.
7회초 대타 최주환의 3점 홈런이 터졌을 때만 해도 두산으로 기우는 흐름이었다. 롯데는 7-5에서 2점 차 리드를 못 지켰다. 하루 전 경기의 재현 같았다. 롯데가 유일하게 졌던 12일 경기에서도 5-7까지 추격하던 7회초에 오재원의 2점 홈런 등으로 3점을 내준 게 뼈아팠다.
하지만 뒷심이 매서운 거인이다. 12일 경기에서 막판까지 두산을 괴롭히며 1점을 만회하더니 13일 경기에선 아예 흐름을 바꿔놓았다. 8회말 1사 1, 2루에서 이대호의 2루타와 안치홍의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9회초 김원중이 오재일에게 동점 홈런을 맞아도 괜찮았다. 리드를 뺏긴 것도 아니며 마지막 한 번의 공격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민병헌이 이형범의 초구를 공략해 개인 첫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짜릿한 승리였다. 주도권을 뺏긴 뒤 와르르 무너지던 롯데가 아니다.
롯데도 두산을 만나면서 실점이 늘고 있다. 이틀간 20점을 내줬다. 하지만 롯데만 늘어난 건 아니다. KBO리그 평균자책점은 4.91이다. 롯데는 5.06으로 5위다. 반면, 타율은 0.312로 2위다. 공격과 수비의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롯데의 역전승은 4번으로 키움, KIA와 같다. 7회까지 뒤진 경기를 뒤집은 건 두 차례(0.667)나 된다.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만만한 롯데가 아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상대를 질리게 만들 정도다. 롯데를 상대로 ‘다 이긴 경기란 없다.
허문회 감독은 승리할 때마다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높이 샀다. 칭찬은 고래만 아니라 거인을 춤추게 한다. 이제 롯데가 달라졌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됐다. 이번엔 진짜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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