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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인터뷰] 회계개혁은 기업·회계사를 위한 `상생 생태계` 만드는 것
입력 2020-05-13 18:01  | 수정 2020-05-14 09:52
서울 삼일회계법인 본사에서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12월 CEO 취임 당시 만든 `경영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 CEO는 스마트하고 믿음직하며 질서 있는 삼일을 통해 `행복한 삼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4년 가까이 이를 실천했다. [이충우 기자]
■ 대담 = 임상균 증권부장
40년간 회계사로 열정을 불태운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가 다음달 현역에서 물러난다. '행복경영 전도사'로 불리며 국내 최대 회계법인의 성장을 이끌어온 그의 경험과 노하우는 앞으로 한국 회계산업 발전을 위해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삼일회계법인 본사에서 만난 김 CEO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차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회계업계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CEO는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회계 개혁의 안착을 위해 기업 CEO들이 좀 더 과감한 인적·물적 투자를 해준다면 회계 분야에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많은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재직 기간 업계 1위를 공고히 했다.
▷CEO로 취임하면서 '행복한 삼일'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 삼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는 조직이 된다면 임직원들이 행복해질 것이고, 임직원의 행복은 곧 그 가족, 고객, 그리고 사회의 행복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삼일이라는 조직이 충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춰야 했다.

―회계 개혁 전반에 대한 평가는.
▷주기적 감사인지정제 및 표준감사시간제는 감사인의 독립성과 감사업무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제도다. 현장에서는 감사인의 책임 강화라는 근본적 조치와 맞물려 감사품질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회계 개혁 법안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수준의 회계투명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개선을 거듭하는 등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회계 개혁을 더욱 발전시키려면.
▷회계 개혁의 최종 목적지는 특정 집단의 이익 추구가 아니다.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즉 공인회계사, 회계법인, 고객인 기업, 관계 당국, 투자자 모두가 만족하는 상생의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회계사 지식 공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빅4 등의 법인이 현업에서 사용 중인 회계감사 툴을 공유하고, 그 외 감사인들도 특화된 감사 툴이나 방법론을 공유하는 것이다. 현장을 잘 아는 선배 회계사들이 경험을 잘 융합해 필요한 시스템, 제도, 정보, 디지털 기술 등을 담은 플랫폼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조율도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중소 회계법인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반응도 있다.
▷어떤 제도라도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고, 감독당국에서도 이에 대한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국과 업계가 논의해 문제를 최소화하고, 특히 중소 법인에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대형 법인은 주로 대기업 감사를 진행하고, 중소 회계법인 역시 강점을 살려 특화할 수 있는 업무 분야가 있다. 비영리, 공공 분야 등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기본의 고유 업무 이외에 각 지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젊은 회계사들의 미래를 위해 선배로서 도움을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삼일 임직원의 75% 이상이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다. 세대 차이 조율을 위해 디지털 강화, 산업 특화 전문성 강화 등 다양한 소통 노력을 기울였다. 젊은 회계사들은 회계사 증원 문제에도 민감한데, 선발을 통해 회계사 인원을 충원하기보다 휴업 회계사를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휴업 회계사의 직무교육 등으로 '100세 시대'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더구나 빅4는 채용 인원을 축소할 예정이다. 신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에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도 현실에 맞게 축소·조정이 필요하다.
―삼일회계법인 퇴임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삼일이라는 조직을 위해 사용한 전문가적 노하우와 경험을 이제는 좀 더 크고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다. 한공회 회장 자리는 개인의 명예직이나 정치적인 활동 무대가 아니다. 2만2000명 공인회계사의 구심점이 돼 회계사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데 기여하는 자리다. 이곳에서 추구했던 '행복한 삼일'과 같이 회원들에게 '행복을 주는 공인회계사회'의 모습을 갖추어야 할 때라고 본다.
―최근 시민단체, 공익법인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확보는 기부자에 대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익법인을 위한 회계 기준이 2018년에야 처음 도입되는 등 초기 과정에 있다. 삼일은 비영리법인지원센터를 통해 지난 10년간 1000여 명의 공익법인 회계담당자를 교육하는 등 지원 활동을 전개해 왔다. 현장에서는 의도적 부정보다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한 실수들이 더 많다. 공익법인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현역에서 물러나는 실버 회계사들의 재능기부나 공익법인들을 위한 회계 정보 플랫폼 등을 마련하면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He is…
△1957년 인천 출생 △인천 제물포고, 고려대 경영학 학사, 국민대 경영학 박사,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1978년 삼일회계법인 입사 △2008~2011년 삼일회계법인 세무부문 대표 △2011~2014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2014~2016년 삼일회계법인 부회장 △2016년~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CEO
[정리 = 진영태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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