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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설계사 고용보험 어떻게…보험사 `멘붕`
입력 2020-05-13 17:51  | 수정 2020-05-13 19:21
166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특수고용직으로 꼽히는 설계사 40만명이 일하고 있는 보험업계는 늘어나는 비용 부담 때문에 초비상이 걸렸다.
보험사들은 정책이 시행되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사에 대한 대규모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13일 정부와 여당은 최근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예술인'까지 넓힌 데 이어 이를 특수고용직까지 적용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수고용직 종사자를 고용한 회사가 고용보험의 사용자 몫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 또한 다음달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으로는 보험설계사와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기사 등이 꼽힌다. 이들은 1인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의 중간 지대에 있다.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근로자와 비슷하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사업주의 지휘 또는 감독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자영업자와 비슷하다.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가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개인사업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험 모집에 대한 위탁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로 소득세법상 사업소득자로 분류돼 낸다. 또 보험사 선택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프리랜서 성격도 갖고 있다. 24개 생명보험사와 13개 손해보험사, 4475개 법인보험대리점(GA)을 본인이 선택해 이동이 가능하다.
보험설계사들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업계는 매년 내야 하는 고용보험료 부담만 1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2018년 특수고용직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고용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이 적용될 경우 보험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연간 1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임금노동자와 유사하게 적용될 경우 기업의 보험료 부담은 설계사 보수의 0.8% 수준으로 높지 않다"며 "이미 적용되고 있는 산재보험과 논의된 바 없는 국민연금, 건강보험까지 적용해 비용을 추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업계는 비용이 늘어나면 저능률 설계사들에 대해 구조조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월 소득 100만원 이하 설계사들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은 전체 설계사 중 약 40%에 달한다. 보험은 취업이 쉽고 근무시간 또한 자유로워 주부와 경력단절여성 등을 포함한 여성과 고령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생보 설계사 가운데 여성 비중이 78.4%, 50세 이상자가 46.2%에 달한다. 다른 곳으로의 취업조차 쉽지 않은 이들이 보험에서도 외면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이 잦고 소득 파악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고용보험 자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설계사가 비자발적 이직으로 분류될 경우 150만원이 넘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자신이 버는 돈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비용은 기존에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더 내거나 정부가 재정으로 책임져야 한다. 여기에 낮에는 보험설계사로, 밤에는 대리기사로 일하는 특수고용직의 경우 어느 쪽에서 고용보험을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치 않다.
보험업계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근로 실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고용보험 도입은 신중을 기해 달라는 입장이다. 직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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