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탈북인 증언 "한국행 적발땐 총살…송환 여성 `자궁 검사`도"
입력 2020-05-13 14:30  | 수정 2020-05-20 14:38

최근 북한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실탄 사격 등 단속이 강화되면서 탈북현상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에 성공해도 여성의 경우엔 인신매매로 당하는 사례도 상당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북한이탈주민의 증언 등을 토대로 한 통일연구원의 '북한인권백서 2020'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을 크게 강화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 병사들에게 실탄을 지급하면서 월경자 발생시 현장에서 총살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실제 2016년 함경북도 온성군 수해복구 작업에 투입된 남성 3명이 즉흥적으로 두만강을 넘어 탈북을 시도하다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백서는 설명했다.
한 탈북자는 "도강할 때 군인들에게 발견되면 일단 서라고 하지만, 무시하고 뛰어가면 실탄사격이 이뤄진다"고 증언했다. 2017년엔 압록강 건너편에서 물고기를 잡던 중국 주민을 국경경비대가 탈북자로 오인해 총을 쏜 사건도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지난해 탈북한 한 북한이탈주민은 "현재 탈북 감시가 심해져 국경을 따라 50m마다 군인들이 잠복해있다"고 했다.
주된 탈북경로로 활용되고 있는 양강도 혜산지역의 경우엔 휴대전화 전자장벽을 설치해 외부에서 탈북희망자와 접촉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백서는 설명했다. 증언에 따르면, 12km에 이르는 혜산지역 국경지대에는 철조망은 물론, 2016년부터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철조망으로 인해 정해진 시간 외에는 물을 긷는 것도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백서는 "탈북자의 경우 '3족을 멸한다', '현장에서 사살한다' 등의 강력한 처벌 경고가 이뤄짐에 따라 탈북현상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전세계에 난민자격으로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 수는 2016년 1422명에서 2018년 802명으로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성의 경우 탈북에 성공해도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서에 따르면, 식량난이 장기화하면서 북한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돌아가지 않고 정착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중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팔려 강제결혼하는 경우도 많았다. 매매형태로 거래된 북한 여성들은 가족과 이웃의 지속적인 감시 하에 놓이게 된다고 백서는 설명했다. 2015년 중국으로 인신매매당한 한 북한이탈주민은 "중국인 남편이 출근할 때마다 대문을 밖에서 걸어 잠갔기 때문에 한 발짝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강제송환의 위협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강제송환될 경우 북한 조사기관이 알몸수색, 심지어 자궁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검사는 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번 돈을 몸 속에 숨겨오는 경우가 있어 이를 압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탈북을 시도하다 경비대에 붙잡힌 경험이 있는 한 북한이탈주민 여성은 "소대, 중대, 대대, 군 보위부, 시 보위부, 시 보안서에서 총 6차례 알몸수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강제북송된 이들은 3~5년의 노동교화형이 부과되고 있으나, 한국행 탈북자의 경우 잡히면 사형에 처한다는 일부 증언도 있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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