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 `살얼음` 걷는 와중에…"샤테크(샤넬+재테크) 기회다" 백화점에 길게 늘어선 줄
입력 2020-05-13 14:01  | 수정 2020-05-14 10:00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면 100만원은 버는 거죠."
명품 브랜드 샤넬이 가격 인상을 한다는 소식에 고객들이 백화점으로 몰려들었다. 새벽부터 100여 명이 줄을 서는가 하면 백화점 문이 열리는 순간 한꺼번에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 현상도 나타났다. 일각에선 최근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상태에서 백화점이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국내 명품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14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인상한다. 보이백·클래식백 등 인기 핸드백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또 가격이 오른다. 대표 제품인 '클래식 미디엄 핸드백'은 715만원에서 약 820만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샤넬 코리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시기가 확정 된 건 아니지만 곧 시행될 예정"이라며 "이번 가격 인상은 모든 국가에 적용되며 각국 상황을 고려해 인상 기간을 평소보다 길게 설정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제품 가격이 7~17% 인상됐다. 현재 샤넬 코리아 홈페이지는 10일부터 가격 정보가 삭제된 상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입소문을 통해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즉각 '샤테크(샤넬+재태크)'에 나섰다. 샤넬 핸드백을 구입하기 위한 대기행렬은 지난 주말부터 시작됐다. 특히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둔 13일은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다. 개점을 앞둔 새벽부터 서울 유명 백화점들 입구에는 고객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하지만 모두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백화점은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대기 시간이 3시간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날 서울의 한 백화점은 오후 4시를 넘긴 시간에도 대기인원이 290명을 넘어 발길을 돌린 고객이 많았다. 주요 핸드백은 재고가 없거나 선호도가 낮은 색상만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샤테크 행렬은 늘 있어 왔던 일이나 올해는 정도가 더 심하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소비 여력을 고가의 명품 장만에 쓰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택격리와 거리두기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보복소비' 조짐도 힘을 더했다.
이처럼 인파가 몰리자 일각에선 백화점이 '제2의 이태원 클럽'이 되는 건 아닌가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부분 고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있지만 충분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오픈런' 과정에서 신체접촉도 다수 일어나기 때문이다. 14일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상 전까지 이런 현상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명품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가격 인상은 극비로 다뤄져 직원들도 빨라야 일주일 전에 통보받는데 패턴에 익숙한 고객들이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지켜온 거리두기 등 코로나 방역 메뉴얼이 무너져 또다른 피해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심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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