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에너지, 원유저장탱크 드론이 검사했더니…비용 94%↓
입력 2020-05-13 11:37 
SK에너지 직원들이 드론을 활용해 울산CLX 원유저장탱크 정기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K이노베이션]

장충체육관이 통째로 들어갈 수 있는 높이 86m의 원유저장탱크 검사를 사람이 아닌 드론이 하는 시대가 열렸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사장 조경목)는 핵심 생산거점인 울산컴플렉스(울산CLX) 원유저장탱크 점검에 드론 검사기법을 도입했다고 5일 밝혔다.
원유저장탱크는 원유를 수입해 정유공장에 원료로 투입하기 전까지 저장하는 역할을 맡는데, 유증기 발생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 때문에 주기적인 점검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원유저장탱크 규모가 지름 86m·높이 22m로 서울 장충체육관을 그대로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는 것. 지금까지는 저장탱크 주위에 일일이 비계(임시가설물)를 쌓고 사람이 직접 육안으로 검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위험하고 검사 자체에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드론을 투입할 경우 드론 추락으로 인한 폭발 우려 때문에 육안 검사가 불가피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 관련 규정이 개정돼 11년 주기의 정기검사에 더해 별도의 중간 검사가 도입되면서 업계 부담이 더 커졌다. 검사 주기가 5~6년으로 줄어들면서 검사대상 탱크 수가 크게 늘어난 것. SK에너지의 경우 총 34기의 원유저장탱크 중 매년 3~4기를 조사했으니 규정 변경으로 올해부터는 매년 6~8개를 검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SK에너지 울산CLX는 드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추락 등 사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장치기술, 장치, 검사분석, 원유운영 등의 관련 조직이 수평·수직으로 협력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 결과 드론에 낙하산을 장착하고 배터리 폭발 방지를 위해 2중 프로텍터를 설치하는 등 이중·삼중의 안전 장비를 마련했다. 공인 기관에서 배터리 충격 테스트를 실시하고 작동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2인 1조 운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운영 체계도 개선했다. 이를 통해 폭발사고 위험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SK에너지는 원유저장탱크 정기검사에 드론을 도입함으로써 검사 정확도 향상과 안전성 확보, 비용 절감 등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됐다. 특히 비용절감 효과가 두드러진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원유저장탱크 검사비용이 9억원에서 5000만원 수준으로 94%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 75만 배럴 규모 원유저장탱크의 검사비용은 기당 최대 1억원에 달했으나 드론을 활용하면 수백만원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 검사주기 단축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검사 물량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도 성과다.
이번 드론 검사 도입을 주도한 SK에너지 검사2Unit 최혁진 과장은 "드론 검사 도입은 그동안 안전 문제로 당연히 안된다고 여기던 것을 관련 부서가 애자일(Agile·민첩한) 하게 움직여 근본부터 다시 파헤쳐 해결한 '일하는 방식 혁신'의 성과"라며 "향후 해상 파이프설비 등 울산CLX 내 설비 검사에 드론 활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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