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재용·정의선, SDI 천안사업장서 단독 회동…삼성-현대차 전기차 맞손 잡나
입력 2020-05-13 11:11  | 수정 2020-05-20 11:3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3일 오전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단독 회동했다. 중요한 협력 방안 발표는 없었지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전기차(EV) 시대를 앞두고 본격적인 협업을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본부장(사장), 서보신 현대차 상품담당 사장 등 그룹 경영진과 함께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삼성SDI가 개발 중인 차세대 EV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살펴보고 삼성측과 의견을 나눴다. 삼성측에선 이 부회장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취지이며, 특정 비즈니스를 염두에 둔 방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면에서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배터리를 압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것이다. 수십분씩 충전해야 하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수 분이면 충전이 가능하고 1회 충전당 주행거리도 월등히 길다. 배터리 형태를 바꾸는 것도 더 쉬워 다양한 기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최근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한 연구성과를 공개한 바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800㎞에 이르는 혁신적 기술이다.
삼성과 현대차 양 그룹의 총수가 사업 목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재계 총수 모임 등에 자리를 함께한 적은 있지만 단둘이 만난 적은 없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전례도 없다.

정부와 업계는 EV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두 회사는 서로에 대한 견제 심리에서 협력 시도를 자제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의 전동화 모델은 LG화학 배터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 탑재 비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초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 작년 말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다. 5년간 약 50만대 분량으로 10조원 규모다. 현대·기아차는 순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3차례 추가 발주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순수 전기차 양산을 위해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E-GMP'를 개발한 상태다. E-GMP는 현대차의 NE(개발코드명)와 기아차의 CV(개발코드명) 등 준중형 크로스오버차량(CUV) 모델부터 탑재할 예정이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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