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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보험코칭] 1억짜리 벤츠 살땐 `꼼꼼`…1억짜리 보험은 `묻지마`
입력 2020-05-12 15:46  | 수정 2020-05-19 16:07

1억원짜리 고가 외산차를 구입한다면 통상 시승은 물론이고 이것저것 꼼꼼하게 알아볼 법하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다음으로 자산가치가 큰게 자동차라는 점을 기억하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유독 보험가입에 있어서는 다르다. 1억원짜리 보험을 가입하면서 약관 확인은 커녕, 무슨 상품에 가입하는지도 모르고 청약서에 서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험에서 불완전 판매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까닭인데, 따져보면 보험설계사만 탓할 일도 아니다. '묻지마' 식으로 가입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딱 잡아떼는 보험가입자도 문제다.
'그까짓 보험료'라고 가볍게 인식하고 보험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가 가입한 보험은 1억원이 넘는 고가(高價) 상품이다. '정말 1억원 짜리라고?' 깜짝 놀라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쉽게 말해 보험은 1억원짜리 상품을 신용카드 할부처럼 장기로 나눠 가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종신보험을 월보험료 30만원, 30년납으로 가입하면 총 보험료는 무려 1억800만원이다. 이 정도 금액이면 벤츠나 BMW 중에서도 고급 등급을 살 수 있다. 월보험료 30만원은 매달 30만원씩 장기 할부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보험사는 총 납입보험료가 1억80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보험가입을 유도하려고 비싼 보험료를 일당으로 쪼개서 소액으로만 설명한다. 월보험료 30만원이면 적지 않은 금액인데 "하루 1만원만 절약하면 된다"고 그럴싸하게 말한다. 이 말을 듣는 소비자는 '1만원쯤이야'하며 청약서에 서명한다. 보험사 상술에 낚인 것이다. 물론 소비자는 1억원짜리 상품을 구입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얘기다. 우선 보험가입 시 내야 할 총 보험료를 먼저 따져야 한다. 보험료는 한 번 내고 끝이 아니라 매달 계속 내야하는만큼 그 총액은 적지 않다. 특히 갱신형 보험은 갈수록 보험료가 올라 종국에는 보험금보다 내야 할 보험료가 훨씬 많아진다. 월 보험료만 볼 것이 아니라 납입해야 할 총 보험료를 계산한 후 장래 받을 보험금과 비교해서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또 다시 실패하게 된다.
특히 TV홈쇼핑 광고를 보다가 보험에 가입하면 실패하기 쉽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즉흥 가입하는 보험도 추후 후회를 남길 수 있다. 장점만 반복해 강조할 뿐 단점과 유의사항은 없고 있더라도 감추기에 급급해서다. 지금 당장 전화하라는 것은 소비자에게 최악의 광고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은 장기 상품이고 1억원짜리 고가의 맞춤형 상품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며 "특히 종신보험은 죽을 때까지 같이 가야 하므로 배우자 고르듯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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