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뤄진 고3 등교…대입 시계 빨라졌다
입력 2020-05-11 17:40 

정부가 고3 등교를 이틀 남겨놓은 11일 대면 수업 일정을 일주일 연기한 배경에는 최근 거세진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이다.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발생한 코로나 집단감염의 추가 확산이 학교 등교를 계기로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관련 감염확산에 따른 등교수업 일정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10일에도 교육부는 비공식 일정으로 방역당국 관계자들과 코 앞으로 다가온 고3 등교 시점 등 초·중·고교별 순차 등교 시기를 기존대로 진행해도 될지 여부를 점검했다.
이후 감염병 전문가와 일선 교육청들과의 의견 논의를 거쳐 교육부는 현재 클럽발 집단감염 경로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3 등교를 1주일 미루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감들은 교육부에 고3 등교 개학을 연기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당초 이날 서울 학교 등교수업 운영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예정된 브리핑을 취소하고, "코로나 확산의 심각성을 고려해 고3 등교수업을 일주일 미루고 최종판단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김병우 충북교육감 등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3 등교 개학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이태원발 클럽 방문자가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상태에서 접촉자와 노출자 전수조사가 다 이뤄지지 않은 시점인 만큼, 학교를 통한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우려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이태원 감염 확산은 감염경로가 불투명하고 지역감염 정도가 심해 5월 4일 등교수업 일정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했다"면서 "학생 안전과 학습권 보호 모두를 지키기 위해 교육부와 방역당국은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며, 학교 현장의 의견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대입을 앞둔 고3은 연기된 등교 시기 만큼 밀릴 가능성이 있는 학사 일정을 어느정도 감안해야하는 처지다. 3월 초 신학기가 이뤄지는 기존 학사일정대로라면 이미 두 번의 교육청 학력평가와 1학기 중간고사까지 현재 시점에서 어느정도 마무리될 시기지만, 온라인 개학 등이 한달 이상 늦춰지면서 대부분의 입시 일정 역시 순연된 상태다.
본래 고3이 13일 등교를 한다고 봤을 때 일선 현장에서는 6월 초~중순경에 1학기 중간고사를 실시하고, 7월 말~8월 초경에 1학기 기말고사를 진행하겠다는 고교가 많았다. 그러나 등교 시점이 5월 중순 이후로 늦춰진 점을 고려할 때 고교 단위 내신 일정도 그만큼 연기될 여지가 있다. 이 과정에서 14일로 예정된 경기도교육청주관 학력평가 역시 연기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고3 입장에서는 대입을 준비하는 데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앞서 4월로 연기 시행된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력평가의 경우 더 늦츨 수 없다는 현장 목소리를 고려해 재택시험으로 시행 했는데, 사실상 제대로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학생들의 긴장도도 많이 떨어진 바 있다.
현재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고3들의 대입 시계가 평년보다 더욱 빨라진 만큼 대입 수시를 우선 순위에 둔 학생이라면 서둘러 '수시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는 개학 연기로 여름방학 기간 역시 짧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수시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면서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 초고를 작성해보고, 논술 준비까지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교육계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꼬여버린 학사 일정 때문에 불안감을 드러내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다. 급기야 최근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생활이 중요한 수시를 포기하고 서둘어 정시에 올인하고자 사교육에 더 큰 의지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교 3학년생은 "일단 등교를 해야 학교생활기록부에 어떤 내용을 넣을지 활동도 하고 수업이나 교내 활동 등을 통해 수시를 준비할 수 있지 않냐"면서 "지금같은 상황에선 친구들끼리도 재수를 미리 염두에 두고 정시 준비에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도 어느정도 안정화된 것 같지만, 대입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래도 미흡하다는 생각 때문에 학원을 더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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