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수사중 中도자기 파손에 원고 `7억 배상` 요구…법원 "감정액 신뢰 의문, 2000만원 배상 판결"
입력 2020-05-11 11:15  | 수정 2020-05-18 11:37

중국 도자기에 대한 진품여부를 수사하던 경찰이 실수로 진품 도자기를 파손했다면 얼마나 배상해야 할까?
광주지법 제14민사부(부장판사 이기리)는 "도자기 소유주인 A씨가 전남 고흥군과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00만원을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이 파손한 유물은 '명대청화오채영회집호'라는 도자기다. 원고인 A씨는 중국문화유산보호연구소 감정평가위원회가 감정평가한 600만 위안(현재 환율10억원·파손 전)을 기준으로 7억원을 배상하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고흥군에게 2015년 7월 1일부터 2035년 6월 30일까지 20년간 중국 고대 도자기 등 3500점 가량을 임대하기로 했다. 임대가격은 고흥덤벙분청문화관 개관 전까지는 2억4000만원, 개관 후에는 문화관 관람료 수입액 중 일부를 지급받기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한 도자기 중 파손된 것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들 도자기 중 진품이 아닌 가짜가 고흥군에 임대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8년 4월 3일 경찰은 A씨가 고흥군을 속여 가짜 도자기 등을 들여와 돈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주전자 형태의 '명대청화오채영회집호'를 한 손으로 들고 하단부를 확인하던 중 뚜껑 부분이 바닥에 떨어져 꼭지가 분리되는 등 파손됐다.
A씨는 고흥군이 수사 경찰관에게 사전에 도자기 취급 방법에 대한 주의를 주지 않았고 경찰관도 도자기를 부주의하게 확인하는 등 과실로 파손된 만큼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의 일부를 받아들여 고흥군과 대한민국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배상책임은 2000만원으로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흥군은 경찰에 취급방법에 대한 주의사항을 안내하지 않았고 경찰관이 도자기를 손으로 만지며 확인할 때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고흥군이 임대차 계약에 따라 도자기를 보관하던 중 사고로 인해 도자기가 파손된 만큼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고 경찰관도 부주의하게 다룬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사적으로 감정한 도자기 평가가 파손전 10~16억원, 파손 후 900만~3억8000만원으로 편차가 크고 감정인들이 공정하고 신뢰성이 있는 전문가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특히 외국도자기는 고미술시장에서 거래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한국고미술협회의 의견도 감안했다"고 금액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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