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묶고 쪼개고 오락가락 행정…세운개발 16년 표류"
입력 2020-05-10 17:24  | 수정 2020-05-11 15:43
서울시 종로구 장사동 세운2구역 개발위원회 사무실 전경. [나현준 기자]
"세운2구역이 정비구역으로 남았어도 여전히 통합개발을 못하게 막으니 사실상 개발하지 말라는 거죠.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공기관이 개입하는 개발안을 내놓았지만 신뢰가 안 갑니다. 매번 당국 태도가 바뀌는데 어떻게 믿겠습니까."
최근 서울 종로구 장사동에 위치한 세운2구역 개발위원회에서 만난 전·현직 위원장인 이성숙씨(65)와 이광익 씨(57)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2006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16년간 개발되지 않고 있는 세운2구역의 산증인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22일 세운지구 정비구역 중 절반가량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2구역을 제외시켰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여전히 통합개발이 안 돼 정비구역으로 존치해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는데,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잘못된 단추가 곪다 못해 터져버렸다"고 진단했다.
최근 세운2구역 개발위원회에서 만난 전·현직 위원장인 이성숙씨(65·가운데)와 이광익씨(57·왼쪽). 둘은 세운2구역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당국의 불확실한 행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나현준 기자]
전직 위원장인 이성숙 씨는 '현장을 무시한 정비구역 묶기'를 먼저 꼽았다. 그는 "오 전 시장은 세운 내 세운상가, 진양상가 등과 기타 정비구역을 한데 묶으면서 상가군은 녹지로, 나머지는 복합개발하는 안을 구상했다"며 "하지만 1~2평짜리 상가 소유주와 구역 내 토지주 간 입장 차가 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성격이 다른 집단을 한데 묶다 보니 갈등이 컸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대문 안 집은 마음껏 처분 못한다'며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담당 공무원 발언에 격분해 멱살잡이까지 했다. 그나마 2014년 상가구역을 정비구역에서 떼어 낸 게 불행 중 다행이랄까. 박 시장이 취임해 도시재생이 강조되며 시가 세운상가군을 '존치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더 큰 부메랑이 날아왔다. 바로 '구역 쪼개기'다. 2014년 서울시는 세운 개발안을 발표하며 세운2구역을 35개 구역으로 쪼갰다. 시는 소·중 규모로 분할해서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현직 위원장인 이광익 씨는 "세운2구역은 상업지구여서 건축법상 도시기반시설을 충족해야 하는데 35개 구역으로 쪼개 놓은 탓에 구역별로 도로, 전기 등 도시기반시설을 충족시키려면 사업성 자체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구역 안쪽은 개발 사업을 진행도 못하게 됐다. 대로변이 먼저 허물어지지 않는 한 구역 안쪽은 공사를 위한 대형 차량이 근접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5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지난해 서울시 정비구역 해제(일몰) 대상에 올랐다. 서울시는 토지주 반발, 종로구청 존치 의견 등을 수용해 지난달 세운2구역을 존치하기로 했다. 다만 여전히 '통합개발'은 안 된다고 적시했다. 이광익 씨는 "통합개발이 안 되면 개발은 물 건너간 것"이라며 "정비구역 연장 소식만으로 투기꾼만 몰려들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두 위원장은 "을지면옥 보존을 이유로 개발을 막은 것을 보면, 재개발의 가장 큰 적은 서울시의 불확실한 행정"이라며 "우리는 통합개발해 법적 절차대로 기부채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운2구역 개발위원회 사무실 앞 전경. [나현준 기자]
[나현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