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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발? 분할개발? 16년간 속았는데 또 속으라고요?"
입력 2020-05-10 14:30  | 수정 2020-05-11 15:44
서울시 종로구 장사동 세운2구역 개발위원회 사무실 전경. [나현준 기자]
"세운2구역을 정비구역으로 존치시켜줬다곤 하지만 여전히 통합개발을 못하도록 막아놨어요. 사실상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이죠. 국토교통부가 공공개발을 통해 재개발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하지만 저희는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매번 당국 태도가 바뀌는데 어떻게 믿겠습니까?"
최근 서울시 종로구 장사동에 위치한 세운2구역 개발위원회에서 만난 전·현직 위원장인 이성숙씨(65)와 이광익씨(57)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2006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16년간 개발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22일 세운지구 정비구역 절반 가량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2구역을 포함한 63개구역을 제외시켰으나 그들 표정은 밝지 못했다. 여전히 통합개발이 막혀 정비구역으로 남더라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운2구역 개발사의 산증인인 두 사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때부터 단추가 잘못 꿰였는데, 박 시장이 취임하며 잘못된 단추가 곪다 못해 터져버렸다"고 진단했다.
세운의 역사는 총 4단계로 나뉜다. 2006년 정비구역 지정과 2009년 오세훈 전 시장 당시 재정비촉진계획 발표. 그리고 2014년 구역 쪼개기와 2020년 정비구역 해제 및 도시재생 전환 순이다.
최근 세운2구역 개발위원회에서 만난 전·현직 위원장인 이성숙씨(65·가운데)와 이광익씨(57·왼쪽). 둘은 세운2구역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당국의 불확실한 행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나현준 기자]
세운2구역이 초반(2006~2014년)에 지지부진했던 이유로 전직 위원장 이성숙씨는 '현장을 무시한 정비구역 묶기'를 꼽는다. 이 씨는 "오세훈 전 시장은 세운 내 세운상가, 진양상가 등과 기타 정비구역을 한데 묶으면서, 상가군은 녹지로, 나머지는 복합개발하는 안을 구상했다"며 "하지만 1~2평짜리 상가 소유주와 구역 내 토지주간 입장차가 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성격이 다른 집단을 한데 묶다보니 갈등이 컸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대문 안 집은 마음껏 처분 못한다'며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담당 공무원 발언에 격분해 멱살잡이까지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2014년 세운2구역은 상가구역을 정비구역에서 떼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도시재생이 강조되면서 서울시는 세운상가군을 '존치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더 큰 부메랑이 날라왔다. 바로 '구역 쪼개기'다.
당시 서울시는 "세운지구를 소·중 규모로 분할해 개발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사업성을 악화시켜 개발 자체를 '원천봉쇄'했기 때문이다.
현직 위원장 이광익씨는 "세운2구역은 상업지구여서 건축법 상 도시기반시설을 충족해야 하는데 35개구역으로 쪼개놓은 탓에, 구역별로 도로 전기 등 도시기반시설을 충족시키려면 사업성 자체가 나질 않는다" 하소연했다. 특히 구역 안쪽은 개발사업 진행조차 못하게 됐다. 대로변이 먼저 허물어지지 않는 한, 구역 안쪽은 공사를 위한 대형차량이 근접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세운2구역 개발위원회 사무실 앞 전경. [나현준 기자]
상황이 이렇게 되자 5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지난해 서울시 정비구역 해제(일몰) 대상이 됐다. 서울시는 결국 토지주 반발, 종로구청 존치의견 등을 수용해 지난달 세운2구역을 존치키로 했으나 다만 여전히 '통합개발'은 안된다 적시했다. 이광익씨는 "통합개발이 안되면 어차피 개발은 물 건너간 것"이라며 "되레 몇몇 업자들은 정비구역 연장 소식에 가계약금(보통 10%)만 주고 토지소유권을 사실상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두 위원장은 "을지면옥(세운3구역)으로 인해 1년 간 이유없이 개발을 막은 것을 보면, 서울시의 불확실한 행정이 재개발의 가장 큰 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우리는 통합개발을 해 법적 절차대로 기부채납을 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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