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클럽과의 전쟁` 비웃는 클러버…이태원 터지자 강남이 `불야성`
입력 2020-05-09 10:20  | 수정 2020-05-16 10:37

'불타는 금요일'인 8일 밤 12시 서울 강남역 인근 클럽이 밀집한 유흥가는 불야성을 이뤘다. 클럽 앞 사거리는 대중교통 이용시간이 끝난 탓에 택시 10여대가 엉켜 교통 정체를 빚고 이를 피해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복잡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한 유명 클럽 앞은 치마와 자켓 등으로 차려 입은 50여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산을 나눠쓰고 밀착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클럽 직원이 "뒤로 더 가라"며 거리두기를 권고했지만 방역 지침인 1M 간격이 지켜지지 않은채 다닥다닥 붙어 서있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코로나에도 방황하는 젊은이들이라며 뉴스 나오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날은 경기도 용인시 코로나 66번 확진자(29·남성)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정부가 유흥시설 운영자제를 권고한 날이었지만 강남 유흥가는 이를 비웃듯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스크 착용과 1M 이상의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 또한 지켜지지 않아 이태원에서 시작된 클럽 집단감염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클럽과 유사하게 음악을 틀고 손님들의 합석을 적극 권유하는 '헌팅포차'와 '감성주점' 앞도 긴 줄이 이어졌다. 이들은 중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감성주점을 찾은 대학생 김모 씨(23)는 "한 달만에 친구를 만나서 강남으로 놀러나왔다. 원래 가려던 곳이 꽉 차서 어쩔 수없이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며 "집단감염이 일어난 곳은 이태원이기 때문에 강남은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리 곳곳엔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끼고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고 "어디로 가는 길이냐"며 물어보며 가까이 붙어 신체 접촉을 하기도 했다.
이날 클럽 이용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도 클럽 입장 문의와 홍보글이 활발히 공유됐다. 강남 클럽 영업사원(MD)들이 올린 실시간 클럽 내부 사진을 보면 밤부터 새벽 5시가 지나도록 빈틈없이 사람들로 꽉 찬 모습이었다. 한 클럽 MD는 "입장시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하고 열 검사와 방문록 작성을 하게 해 괜찮다"며 "(이태원처럼) 성소수자 클럽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장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내부에선 턱 밑에 내리거나 아예 벗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클럽 내부에 있다가 밖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편의점과 24시간 카페 등을 활보했다.

한편 용인시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발길이 뚝 끊겼다. 밤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클럽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비 오는 거리엔 우산을 쓴 채 지나다니는 사람 한둘이 전부였다. 평소엔 만석이었던 3층 규모의 한 감성주점도 이날은 자리를 채운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종업원 손모 씨(26)는 "이태원에서 3년동안 일하면서 오늘처럼 사람이 없는 건 처음 본다. 평소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동안 10일간 문 닫았다가 이제 다시 연 것인데 이렇게 사람이 없으면 다시 휴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용인 확진자가 찾은 '킹클럽', '퀸클럽', '트렁크' 등을 비롯한 클럽들은 모두 문을 닫은채 입구에 '임시휴업'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었다. 킹클럽 맞은편엔 '트랜스젠더바'라고 적힌 작은 규모의 유흥시설 4곳 가량이 문을 연 모습이었다. 이날 단속을 나온 구청 및 시청 공무원 10여명은 '코로나 예방 방역지침 준수'라고 적힌 띠를 몸에 두르고 유흥시설 내부를 점검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클럽 집단감염으로 인해 식약처와 경찰 등과 함께 인원을 늘려 단속하고 있다"며 "유흥시설을 강제로 닫을 순 없지만 방역지침을 지키는지 확인하고 어길 경우 준수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울 홍대 인근 클럽도 코로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또다시 임시휴업에 돌입했다. 홍대의 한 클럽 영업사원(MD)은 "재오픈한지 하루만에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 문제가 일어나서 홍대 전체 클럽이 문을 모두 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대 클럽 '싱크홀'도 공지를 통해 "집단감연 확산방지를 위해 1주일 단위로 휴업을 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려 한다"며 "모두함께 코로나를 이겨나가자"고 밝혔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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