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준비된 재수생' 충북, 첫 도전 12년만에 '방사광가속기' 최종 부지로 선정
입력 2020-05-08 16:30  | 수정 2020-05-15 17:05

충북도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성공한 것은 2008년 첫 구상을 한 이후 12년 만입니다.

'준비된 재수생'이라고 자칭한 충북도는 이번 방사광가속기 유치 성공이 오랜 기간 준비하면서 역량을 키워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충북도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처음 추진한 때는 이명박 제17대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입니다.

당시 이 대통령이 내건 충청권 공약이 세종, 대전 대덕, 충북 오송·오창을 잇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이었는데, 이 사업의 핵심 시설 중 하나가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였습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의 내구연한이 다가온 시점에 맞춰 충북도는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행보를 다그쳤습니다.

부지로는 청주 오창을 염두에 뒀습니다.

암반층 부지가 필수적인데, 오창 부지는 지하 15m 내외에 화강암층이 분포해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안성맞춤이라는 점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같은 해 신규 구축 대신 포항 방사광가속기 업그레이드라는 방침을 정하면서 충북도의 계획은 흐지부지됐습니다.

충북도가 재도전에 나선 것은 2018년 말입니다.

바이오의약, 반도체, 2차전지, 화학산업 등을 신성장 사업으로 앞세워 지역발전을 도모하던 충북도가 세계적 과학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면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필수라고 재차 판단한 것입니다.

충북도는 '중부권 방사광가속기 구축 계획안'을 마련, 자문회의를 거친 끝에 지난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건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업비가 1조원에 달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 독자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서울대학교 등의 과학기술 전문가 32명으로 구성된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자문단도 꾸렸습니다.


일본이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면서 충북도가 구상한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수출 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초정밀 거대 현미경'으로 불리는 이 시설이 필수였기 때문입니다.

이시종 지사는 같은 달 간부회의에서 "방사광가속기를 국토의 중심인 충북에 구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포항 가속기의 노후 상태와 가속기 이용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지시가 내려진 후 충북도는 방사광가속기 수요 분석 및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에 착수했고 오창 테크노밸리산단을 후보지로 일찌감치 선정했습니다.

10∼11월에는 국회·지역 토론회를 잇따라 열면서 공감대 형성에 나섰고, 올해 1월에는 충청권 시·도지사 4명이 공동 건의문을 채택, 공조에 나섰습니다.


한 달 뒤인 2월에는 청주 오창이 방사광가속기 구축 최적지라는 충북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응답자의 51.5%가 오창을 선호한다고 답하는 등 이 지역이 접근성 차원에서 우수하다는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국제공항 등 X축 사통팔달 교통망이 갖춰져 있어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이내에 오창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습니다.

포항의 방사광가속기 이용자 현황 통계를 봐도 영남권(27.7%)과 호남권(7.7%)에 비해 수도권·충청권(64.6%)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접근성은 다른 경쟁지보다 절대 우위에 있었던 셈입니다.

충북도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한 달 전인 지난달 8일과 21일 사업 유치 의향서와 지질조사 결과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데 이어 같은 달 28일 유치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계획을 선제적으로 세우고 발 빠르게 입지 선정에 나서는 등 내실 있는 준비 끝에 충북도는 방사광가속기 유치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민 150만명이 방사광가속기 유치 서명에 나서는 등 도민 역량을 결집한 결과가 유치 성공으로 이어졌다"며 "기업 유치, 연구기관 집적, 도시 인프라 확대를 통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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