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인생스토리를 총선 마케팅에 활용하자는 통합당 제안이 없었나?" 흙수저 스토리로 화제가 되고 있는 미래통합당 김미애 당선인(부산 해운대을)에게 한 유튜브방송 진행자가 물었다. "없었다. 제안이 있었으면 그러자고 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생각했고 지역구에서 내 이름 알리기도 벅찼다. (그런 마케팅이 있었다면)선거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조실 부모, 여고 중퇴, 부산 방직공장 여공, 초밥집 사장, 뒤늦게 대학입학, 사시합격, 국선변호인, 조카 2명과 입양아 1명을 포함해 세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김 당선인의 인생을 구성하는 키워드들이다. 그는 1969년생이다. 이 연령대 한국인중 이런 프로필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다같이 가난했던 그 윗세대와 달리 김 당선인은 중산층이 주도하는 세대에 속한다. 흙수저가 사회 주류가 되는 인생역전이 몹시 희귀해진 세대다.
김 당선인 이야기를 총선이후 이색 당선자를 소개하는 신문 인물난에서 처음 접했다. 내가 과문해서이기도 하겠지만 통합당이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 당의 웰빙족 이미지를 한방에 깨뜨릴수 있는 스토리를 그냥 묵혔다. 그러면서 신선하지도 않은 '레디메이드' 인재들을 대상으로 영입쇼나 하고 있었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보다 쇼의 주목도는 한참 떨어졌다. 감도 없고 부지런하지도 않은 당이 선거에서 어떻게 이기나. 김 당선인같은 사람 3명만 전면에 내세웠더라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공감능력 부족당' 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한 적도 없으면서 더이상 보수로는 선거에서 이길수 없다는둥, 중도 좌클릭이 시대의 명령이라는둥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있다.
김 당선인은 뒤늦게 관심을 받고 있다. 요사이 통합당이 관련된 뉴스 중에서 보수층을 열받게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화제다. 통합당 미래를 그에게서 본다는 사람도 있다. 정치에 뛰어든지 1년 남짓한 초선에게 거는 기대치고는 너무 무겁다. 그 이유는 첫째 통합당에 인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세훈·나경원 등 기존 주자들, 이언주·전희경 등 촉망받던 미래 주자들이 모두 낙선했다.
둘째 김 당선인이 갖는 매력과 상징성이다. 그는 민주당이나 정의당에서도 탐 낼 프로필을 가졌다. 인생역정으로 보면 그쪽이 더 어울린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보수의 가치를 신뢰하고 자유를 존중한다. 열심히 일해서 내가 잘 살고, 그걸로 어려운 사람 돕자는게 내 생각이다." 용기있는 얘기다. 보수주의의 핵심을 말하고 있다. 그런 신념이 있었기에 인기없는 통합당을 택했을 것이다. 왜 통합당에 갔느냐는 질문에 "웰빙하고, 많이 배우고, 부자에 화려한 스펙 가진 사람이 와야 박수 칠 건가"하고 되묻는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 통합당은 이 이미지때문에 이번에도 졌다.
김 당선인같은 사람이 통합당의 주류가 된다면 한국 보수운동은 바뀔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꽃을 따기 위해 진흙밭을 기어야 하는 게임이다. 이상이 높다고 봐주지 않는다. 김 당선인은 쉽지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한몸 건사하기 녹녹치 않았을 여건에서 아이를 셋이나 떠맡았다. 그러면서도 보수주의자다. 어마어마한 맷집과 긍정, 에너지다. 그 에너지로 빈사 지경의 통합당, 한숨 쉬는 보수진영에 신바람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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